퓰리처상 수상작가 폴 하딩 두번째 소설 '에논' 국내 출간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폴 하딩의 소설 '에논'(ENON)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에논'은 하딩이 데뷔작 '팅커스'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소설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섬세한 묘사로 풀어낸 수작이다.

'팅커스'에서 시계 수리공 조지를 중심으로 3대에 걸친 크로스비 가문의 이야기를 다뤘던 작가는 '에논'에서 조지의 손자인 찰리와 찰리의 딸 케이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배경도 전작과 같은 뉴잉글랜드다. 찰리는 가족의 찬거리를 사러 나온 길에 딸 케이트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끝도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아내 수전은 친정으로 돌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진통제와 술에 중독된 찰리에게 딸의 기억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정한 그 앞에 케이트 또래 소녀들이 나타나는데…. 소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또 삶을 이어가는지 꼼꼼하게 그린다. 지나칠 만큼 상세한 심리 묘사는 딸을 잃은 고통이라는 상투적 이야기를 독자에게 공감하게 한다. 작가는 실제로 열세 살짜리 딸을 사고로 잃은 경험이 있다.

소설가 김연수는 책에 대해 "소설은 나의 현실과 타인의 현실 사이의 무지개 같다. 무지개를 밟고 타인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라면서도 "어떤 소설가들은 그 무지개를 디딜 수 있게 해준다. 폴 하딩이 바로 그런 소설가다"라고 평했다.

문학동네. 민은영 옮김. 35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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