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군, 글로벌리더십학부 입학…"학교 분위기·프로그램 마음에 들어"

▲ 한동대 입학한 이원준군.
최근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에서 어려운 국면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이세돌 9단에게 사람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 9단이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초반 3번의 패배를 무릅쓰고 4국에 임해 마침내 첫 승리를 따내는 등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 덕분이다.

포항 한동대 새내기 중에도 이 9단 못지않은 불굴의 의지를 갖춘 학생이 있다.

그 주인공은 글로벌리더십학부에 입학한 이원준군(21)이다.

아직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되고 짓궂은 얼굴을 한 겉모습과는 달리 이원준 군은 학교에서 '7전 8기의 사나이(?)'로 불린다.

자신이 가고 싶었던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말 그대로 많은 실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도전하는 악바리 근성을 보인 까닭이다.

지난해 한동대에 들어오기 위해 농어촌 전형 등으로 5차례 지원서를 냈던 그는 끝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평소 신념에 따라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1년 재수 끝에 올해 다시 지원서를 내 모두 7차례의 도전 끝에 당당히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학교 분위기와 프로그램이 괜찮았다"면서도 "홀어머니를 두고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귀띔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지금까지 줄곧 살아온 그는 3살 무렵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왕래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결혼 전 경력을 살려 보험설계사로 일했고, 이군은 중학교 입학 전까지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러던 중 7살 때 어머니가 갑상샘 수술을 받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애틋함도 더욱 커졌다.

또래 친구들보다 철이 일찍 들었다며 '애늙은이 같다'는 별명도 이때쯤 붙었다.

그러나 한없이 긍정적이고 밝은 그에게도 시린 아픔이 있다.

실질적으로 어머니 혼자 경제생활에 내던져지다 보니 보험 실적이 없는 달엔 월급이 나오지 않아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등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돌봤던 외할머니마저 중학교 때 이사를 했고, 본격적으로 집안일뿐 아니라 어머니 약 심부름 등을 도맡게 됐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쪼개 갑상샘 수술로 한 달에 한 번 병원에서 약을 타 먹어야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약 심부름은 물론 아플 때마다 간호까지 척척 해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담임 교사들의 배려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가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은 채 틈틈이 아픈 어머니의 간호에 매진해 고2 때 효행상도 받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도리어 자신을 키우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어머니가 멋지고 자랑스러웠다'며 긍정 바이러스를 내 품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두 사람 몫을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다 보니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더라"며 "나와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받아왔던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희망의 메아리를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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