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총선 지지율 요동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 "與, 지지층 결집 안간힘

▲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 등 13명의 후보가 6일 오후 3시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고(사진 위) 김문수 수성구갑 후보가 이날 오후 범어네거리 선거사무소 앞에 멍석을 깔고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반성하는 백배사죄를 시민들을 향해 올리고 있다. 박용기자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새누리당이 무릎을 꿇었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에 지역 유권자들이 대거 등을 돌린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반 현상까지 확산되면서 당 지도부는 물론 각 지역 후보들까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대구 수성구갑 후보는 6일 오후 1시30분 범어네거리 선거사무소 앞 교통섬에 멍석을 깔았다. 20대 총선 선거일을 1주일 남겨둔 시점이다.

'새누리당의 오만함에 백배사죄 드린다. 회초리 맞고 반성하겠다'고 읊조린 그는 다짜고짜 절을 했다. 13분간 딱 100번 절을 하니 얼굴에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문수 후보는 "새누리당의 공천은 민심을 반영하지 않았다. 구태로 돌아가 버린 공천에 책임이 크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을 '찍어내기' 한 것에 대해서도 "1~2개의 문제로 말씀드리기가 그렇지만, 우리당 공천과정 전반이 국민들 보기에 불편하고 실망스럽고 가슴 아팠다"며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김 후보는 매일 오전 7시 공식 선거운동 전에 수성갑지역 주요 네거리와 광장을 돌며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사죄하는 백배사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수성구 시민은 "공천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입을 다물었던 김문수 후보가 김부겸 더민주 후보에 쫓기니 부랴부랴 '쇼'를 한다"며 마뜩잖아 했다.

새누리당이 읍소(泣訴) 모드로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기회를 더 달라고 호소했다.

김문수 후보를 비롯해 북구을 양명모 후보, 수성을 이인선 후보 등 대구지역 6곳의 새누리당 후보가 무소속·야당 후보와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다. 새누리당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난 5일에는 중남구 선거구 곽상도 후보 지원에 나선 최경환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선거가 걱정돼 밤잠을 못 이루실 거라 생각한다. 대통령을 생각해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모시지 못했고 경제도 못 살렸다. 사죄드린다"고도 했고, "시민들께 회초리도 맞겠다. 대신에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김문수·최경환 선대위원장의 읍소와 대통령 마케팅은 시작에 불과했다.

추경호 달성군 후보 등 11명의 대구지역 새누리당 후보와 조명희 비례대표 후보, 최경환 총괄선대위원장은 6일 오후 3시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 앞에 총집합해 머리를 조아렸다.

대시민 호소문을 들고 나타난 13명의 후보는 "마음에 안 들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대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외치면서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은 채 큰절을 했다.

또 "대구에서 1석이라도 떨어지면 야당이 박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이라고 할 것이다. 공천과정에서 대구의 자존심이 짓밟혔지만 용서를 구하고 잘할 테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고 사랑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50대 후반의 남성 유권자는 "거짓말하는 새누리당 다시 찍어준들 뭐가 달라지겠나. 시민들을 농락하지 마라.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시민들의 비난 섞인 시선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장우영 교수는 "대통령을 들먹이는 정서적 호소가 텃밭인 대구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대구 유권자들을 그 정도 수준으로 보고 그러는 것 같다"면서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15~20% 정도의 부동층에 한정할 경우 대통령 팔이나 쇼맨십 마케팅이 새누리 후보를 지지할 명분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는 "수도권에서는 먹히지도 않을 감성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구에서의 새누리 후보들의 읍소와 박근혜 마케팅이 어느정도 먹혀들 것으로 본다"며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인물보다 정당에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무소속 찍겠다고 여론조사에서 답한 새누리 지지자들이 회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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