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위한 마음 공부 = 피델리스 루페르트 지음.

과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나이보다 젊게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른바 '나잇값'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에 갈맞은 성장을 이루는 것, 그리고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특히 수사들에게 중요한 묵상 거리다.

'노년을 위한 마음 공부'의 저자인 피델리스 루페르트는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아빠스(대수도원장)로 23년을 재직했다. 저자는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아빠스직에서 물러날 시기를 고심하며 전임 아빠스가 아닌 평범한 사제로 돌아가 남은 생을 '보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노년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년에 아무런 변화도 원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잃지 않는 데만 급급하면 불만 가득한 노인이 돼버린다는 것.

권력, 건강, 사람 등을 얼마나 품위 있게 놓아버리느냐가 개인의 성숙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놓아버리고 용서하면, 자유로워지고 새로워지며 깨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분도출판사. 정하돈 옮김. 1만4천원. 248쪽.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 최용탁 지음.

'미궁의 눈', '즐거운 읍내'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농부소설가 최용탁의 흙냄새가 폴폴 풍기는 산문집.

누구보다 땅에 밀착해 살아가는 저자는 담담한 문장으로 계절을 따라가면서도 사멸 직전에 처한 한국 농촌의 일상과 현실을 가슴 아프게 드러낸다. 공동체가 사라진 농촌의 쓸쓸한 현실과 과격한 '살처분' 앞에서 느낀 울분을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산문에는 엄혹한 농촌 현실에 대한 고발과 함께 우리의 땅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문장마다 진득하게 묻어난다.

저자가 낙관과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매일 논밭에 나가 일을 하면서 흙과 초록 생명이 주는 말 없는 위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기력과 분노를 딛고 일어나 자연의 힘과 모둠살이의 기적, 삶의 엄숙함과 경건함을 이야기한다. 흙과 땀이 어우러진 사유가 만들어낸 문장이 유려하면서도 담박하다.

녹색평론사. 288쪽. 1만4천원.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