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등으로 체불 발생한데다 남한사회 동경 겹쳐 큰 결심"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중국 접경의 대북 관측통은 극히 이례적인 사태라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아울러 북한식당이 상당수 영업하는 동남아 지역의 교민 사회와 소식통 등도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북중 접경지역의 한 대북소식통은 8일 "해외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며 "그들의 집안배경과 근무형태 등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해외에서 직영하거나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운영하는 식당 등 접객업소의 종업원들은 북한에서 상류층에 속하는 '배경좋은 집안'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으로 부모가 당·정 및 군대, 국영기업의 간부 출신이기 때문에 해외로 파견되더라도 탈출할 위험이 없다고 여겨졌다.

또다른 소식통은 "2006년 12월 중국 칭다오(靑島)의 북한식당 여종업원이 업소를 이탈해 북한 당국이 조사를 벌였으나 체포에 실패하는 등 개인 단위의 탈북은 간혹 있었으나 지배인과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식당들이 경영난을 겪는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교민, 관광객의 해외 북한식당 이용이 줄면서 식당 운영이 힘들어지자 급여를 체불하는 곳이 생기는 등 종업원들의 고충이 커졌다는 것이다.

북중접경인 단둥에서 작년 말 이후 북한식당 15곳 중 3곳이 폐업하고 종업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북한식당 6곳 중 3곳도 최근 영업을 중단했다.

북한식당 여자종업원들은 모두 20대 초·중반으로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해외로 파견돼 3년간 일하며 월 100달러(약 11만5천원) 미만의 박봉을 감수해왔다.

이들은 평소 외출할 때 인솔자를 동반해야 하며 잠을 잘 때도 3명씩 같은 방에 자는 등 서로 감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소식통은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낯선 타향에서 가족과 떨어져 일하는 처지에 급여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자 밤마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면서 서로를 달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이 해외에서 한국TV, 드라마 등을 접하며 한국 실상과 북한 체제 허구성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경제적 불만과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겹치면서 생각하기 힘든 큰 결심을 한 듯 하다"고 풀이했다.

동남아 지역의 교민사회와 소식통도 상당히 드문 일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트남의 한 교민은 "베트남에 있는 북한식당의 종업원들이 외박, 외출도 거의 못하면서 거의 한달 내내 일한다고 들었다"며 "이들에게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 소식은 충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있는 북한식당 4곳이 있으며 최근 1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는 영업 부진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수도 방콕에는 3개의 북한 식당이 있다. 이 가운데 2곳은 영업을 하고 있으며 1곳은 내부 수리를 이유로 지난달 20일부터 한달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영업을 중단했다. 식당 내부에는 인기척이 없고, 식당 내부에 공사를 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방콕의 북한식당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 상황이 좋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방콕을 포함한 태국은 한국 관광객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는 북한 식당이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며 "최근에 직접 가보지 않았지만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식당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여서 이전보다 상황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12개국에서 130여 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내 식당만 100곳에 달한다. 북한과 가까운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성 등 중국 동북3성의 경우 북한식당 등 접객업소에 파견된 북한 여성이 4만여 명에 이른다.

북한의 해외식당은 2012년까지 100곳 정도였으나 김정은 체재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을 장려하면서 30% 정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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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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