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성이론 검증에 참여한 과학자들 일화 소개 100년간의 노력·실패 과정 반전 가미 생생히 담아내

잔잔한 물 위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처럼 중력파(重力波, gravitational waves)는 우주에서 별이 폭발하는 등의 커다란 사건에 의해 생겨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시공간의 잔물결과 같다. 단, 우주 전역으로 퍼져나가지만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 중력파는 시공간이 급격하게 변하는 에너지가 파동의 형태로 전파되며 그 세기는 10-21 정도인데, 이 크기는 태양이 원자 크기만큼 진동한 정도보다도 작다. 따라서 그 신호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빅뱅 이후 우주의 급팽창이나 별들의 충돌이나 폭발과 같은 천문학적인 현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다.

이를 검출하고자 196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적인 실험과 관측이 시작되었고, 미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중력파 검출을 위한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를 건설했다. 결국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인 2015년 9월 14일에 검출에 성공했고,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2016년 2월 11일 전 세계에 발표됐다. 13억 년 전, 우주에서 2개의 블랙홀이 던졌던 물결이 21세기 인류에게 새로운 우주를 열어 보여준 것이다.

2016년 2월 11일(한국시간 2월 12일 0시 30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 그 존재가 이론적으로 예견되었던 중력파의 직접 검출에 100년 만에 성공했음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 중력파의 발견은 인류의 집단지성이 이루어낸 역사적 쾌거이다. 100년 전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아인슈타인이라는 한 천재에 의해 예견된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인류가 던진 도전장은 마침내 55년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됐다. 하나의 풀리지 않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미국이 1조원 가까이 투자한 것을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몸소 체험했던 역사적 교훈과 믿음 때문이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입증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발견은 이후 미래에 도래하게 될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예고한다. 전자기력이라는 힘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날의 무선통신 문명을 열었듯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중력파를 응용한 문명이 펼쳐질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 발견이 가까운 미래에 열게 될 중요성은, 이제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갈릴레이가 광학망원경을 발명함으로써 육안으로 관측해오던 우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듯이, 헤르츠의 전자기파의 발견으로 발명된 전파망원경을 통해 우리 우주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들을 바라봄으로써 우주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듯이, 이제 인류는 중력파라는 새로운 관측 수단을 이용해서 우주가 연주하는 멋들어진 교향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하며 중력파 검출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던 현장의 과학자가 지난 55년간의 중력파 검출의 역사와 함께 오늘날 그 과학적 성공을 이루어낸 눈물겨운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중력파 검출 실험의 역사서이다. 저자 오정근 박사는 그 고단하고 지루한 도전의 시기 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선구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냈다.

아울러 저자가 "사초(史草)를 작성하는 사관(史官)과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듯이, 이 책은 중력파 검출 발표 전후 몇 주간 동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역사적 발견의 뒷이야기들을 시간에 따라 생생하게 담아낸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록이다.

향후 100년간 회자될 위대한 발견의 기록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의 해에 독자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이 책은 그 낯선 현대 과학의 일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큰 과학자들의 집단이 어떻게 실험과 토론을 통해 발견의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어떤 과정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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