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일에 체면 구긴 김정은, 책임자 대거 문책 가능성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15일 발사에 실패한 무수단(BM-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된 후 비행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가 장착된 차량(TEL)에서 발사된 후 주엔진과 보조엔진의 출력으로 비행자세를 잡고 공중으로 솟구친 다음 목표물을 향해 포물선으로 비행하는 원리이다.

미사일 하단의 주엔진이 정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보조엔진도 제대로 작동해야만 수직으로 상승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이날 처음으로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은 이동식 수직 발사대를 떠난뒤 수직 방향으로 제대로 자세를 잡고 솟구치기 전에 공중 폭발해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엔진에는 연료통으로 연결되는 여러 노즐이 있는데 이 중 하나에서 결함이 발생해 연료나 산화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수단 미사일은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이라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데 이 연료는 추진력을 높여주도록 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한다. 노즐에서 문제가 생겨 연료나 산화제가 유출됐다면 점화된 분사구 불꽃과 만나 순식간에 연료통을 폭발시킬 수 있다.

북한이 지난 2007년 실전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은 한 번도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전략사령부 미사일 전문가들도 실패 원인을 놓고 적잖이 당혹해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노'하면서 관련자들을 대거 문책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할아버지(김일성) 생일 '축포' 성격이자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로 첫 IRBM 발사를 지시한 김 제1위원장의 기대감이 상당했을 것이 뻔한 데 솟구치기도 전에 공중폭발해 스타일만 단단히 구겼기 때문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이날 오전 5시30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이뤄진 발사 과정을 지켜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가 이날 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한 만큼 평양에서 모니터를 통해 상황을 지켜봤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실전 배치한 노동 미사일(최대 사거리 1천300㎞)과 무수단 미사일이 각각 발사 후 공중에서 폭발한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같은 계열의 나머지 미사일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18일 발사한 노동미사일 2발 중 1발은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통 실전 배치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같은 계열의 미사일을 무작위로 선정해 시험 발사를 하면서 안정성을 측정한다. 과거 우리 군이 한국에 저장됐던 5조원 규모의 미군 전쟁예비탄약(WRSA탄)에서 불량품이 발생하자 같은 계열의 탄을 무작위로 선정해 시험 발사했던 것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의 로켓 엔진을 분리해 테스트 과정을 거친 다음 재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핵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재발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즉흥적, 충동적이고, 과시욕이 강한 성격을 가진 김 제1위원장이 '반드시 실패를 만회하라'고 독려할 것으로 보여 재발사 시도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5일 북한군 창건일 이전에 무수단 미사일을 재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초 노동당 7차 당대회 전까지는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비행시험 등 '전략적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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