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줄부상·살인적인 일정 제대로된 전술 시험조차 못해 5년전 황선홍호서 해법 모색

▲ 지난 19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포항 스틸러스와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시작 전 양팀 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
올시즌 포항스틸러스 감독을 맡은 최진철 감독이 4개월여 만에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포항지휘봉을 잡은 최감독은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맡았다.

계약은 12월초에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 팀에 합류한 것은 12월말이었고, 팀은 전지훈련을 떠난 1월중순까지 완전하게 구성되지 못했다.

이 기간동안 포항은 김승대와 고무열 등 주력공격수를 내줬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노장 김태수와 스트라이커 박성호를 내보냈다.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공격과 허리의 주요선수들이 모두 빠진 셈이었다.

여기에 2월 9일 치러진 2016ACL 플레이오프로 인해 전지훈련마저도 3주밖에 치러지 못한 데다 남아있는 주력선수중 손준호가 군훈련으로, 문창진과 강상우가 올림픽대표팀 차출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최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팀컬러를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한 채 시즌을 맞이하면서 쉽지 않은 미래를 점칠 수 있었다.

다행히 ACL플레이오프와 H조 예선 1, 2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잔인한 4월로 접어들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첫 단추가 말썽이었다.

지난 2일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0-1로 패한 포항은 이후 6경기서 2무 4패를 기록, ACL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팀 분위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포항이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믿었던 손준호가 오른쪽 무릎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되면서 가뜩이나 약해진 허리가 더욱 약해진 때문이다.

손준호가 빠지면서 신인들을 잇따라 투입했지만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서 공수 밸런스가 깨졌다.

공격할 때는 공격진이 고립되고, 수비때는 전방압박이 약해지면서 상대진영서 한번에 넘어오는 패스에 마구잡이로 뚫렸다.

지난 19일 ACL 광저우전에서도 광저우진영에서 포항 아크쪽으로 한번에 넘어온 볼을 가오린이 잡아 추가골을 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 2개월만에 '명가몰락'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성적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력에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인해 최진철감독의 지휘력을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지난 5년간 포항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선홍 감독 역시 2012년 시즌 초반 이같은 시련을 겪었다.

포항 지휘봉 2년차를 맞았던 황감독은 박성호 등 스트라이커를 이용한 공간축구와 빠른 스피드를 강조하며 전술적 변화를 노렸지만 시즌초반 연전연패를 기록하며 9위까지 내려앉았다.

그리고 황선홍 감독에게 또다른 변화를 있게한 경기가 2012년 6월 14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포항간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였다.

이날 포항과 인천은 동네축구같은 무의미한 졸전끝에 무승부를 기록했고, 황선홍감독은 자신이 추구해온 전술적 변화를 가했다.

이 당시 포항도 허리진영이 무너지면서 공수밸런스가 깨졌고, 결국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후 황선홍 감독은 풍부한 허리자원을 활용한 '제로톱 전술'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고, 2013년 이명주의 등장과 함께 사상 최초의 더블우승을 기록하면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5년 뒤 황선홍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은 최진철 감독이 똑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광저우전에서 4-4-2전술로 전환했던 최진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포항이 잘해왔던 축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2012년 포항의 상황에 비해 더욱 나빠진 팀 전력에서 최진철 감독이 전임 황선홍 감독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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