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살이 = 김준 지음.

섬에서의 삶은 과연 영화처럼 아름다울까. 26년째 전국의 섬을 드나들며 연구한 '섬박사' 저자가 섬에서 산다는 것의 실존적 의미와 현실을 보여준다. 책은 '사람', '살림', '일', '삼시세끼', '풍습'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섬살이의 진솔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전국에 400개쯤 되는 유인도는 저마다 지형과 자연환경이 다 다르다. 따라서 각각의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기반 삼아 살아가는 만큼 자연을 경외하고 생명을 배려하는 정신은 어느 섬에서나 전통이자 생활습관으로 남아있다.

섬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바닷냄새처럼 스며 나온다. 섬 문화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가지. 304쪽. 1만6천원.





△위스키의 지구사 = 케빈 R. 코사르 지음. 조은경 옮김.

'낯설고 어려운 술' 위스키의 역사를 정치, 경제, 문화적 관점에서 들여다본 책. 아직도 한국인의 상당수가 '위스키'라고 하면 '시바스 리갈'이나 '발렌타인'부터 떠올리지만 위스키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술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은 위스키의 기원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한때 칭기즈칸과 후예들이 세계제국을 만들면서 서아시아의 증류 기술이 확산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기술이 어떤 역사적 계기로 여러 지역으로 전파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책은 위스키의 원조국 자리를 두고 겨루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갈등과 협력부터 과음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제정한 금주법, 위스키 찬양론을 펼친 예술가들과 위스키를 정치에 활용한 정치인들, 금주법을 피해 하늘과 바다에서 술을 마신 미국인들 등 위스키에 얽힌 역사의 다양한 장면을 소개한다.

위스키를 둘러싼 이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위스키가 술을 넘어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문화적인 현상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책에 수록된 한국어판 특집글에서는 '유사길'이라 불린 조선시대 위스키부터 대한제국 시절 직접 위스키를 수입한 '한양상회', 식민지 시기 경성의 카페에서 위스키를 즐긴 모던보이 등 한국 위스키의 역사를 들려준다.

위스키를 기본 재료로 다양한 칵테일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 '다양한 위스키 요리법'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휴머니스트. 268쪽. 1만6천원.





△후쿠시마의 고양이 =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2011년 3월 일본 원전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을 촬영해 사진집을 낸 일본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의 두번째 책. 동물을 돌보는 마츠무라씨와 고양이 시로·사비의 모습을 통해 오늘의 후쿠시마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자연은 마치 원전 폭발이 없었던 것처럼 아름답다. 또 천진난만하게 노는 시로와 사비의 모습도 평화롭다. 그러나 마츠무라씨와 시로·사비 외에는 어느 한명 보이지 않는 배경이 후쿠시마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책공장더불어. 104쪽. 1만원.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 한명석 외 지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10명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 16년간 세계를 누비며 활약하다 돌연 사표를 던지고 우동집을 차린 외교관, 27년간 월급생활자로 살다가 55세 나이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화가의 길로 들어선 직장인, 공기업에 다니다 도시 양봉가로 변신한 사회적 기업가, 전통주와 사랑에 빠져 양조장을 차린 변호사 등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사연과 인생관을 펼쳐놓는다.

책에 등장하는 10명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고 고액연봉, 명예, 안정감, 주변의 기대, 지금까지 살아온 관성에서 과감하게 탈출한다. 나이도, 직업도, 처한 조건도 각기 다른 이들은 이제서야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발 앞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자세와 내 안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사우. 228쪽. 1만3천500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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