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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탐사취재 - 7.문무대왕을 용으로승천시킨 용승

[경북동해안 1천리를 가다] 용승, 구룡포-감포-울산 잇는 동해안 황금해역의 비밀

양병환기자,조준호기자 cho@kyongbuk.co.kr 등록일 2016년04월20일 21시36분  
▲ 2015년 8월 5일의 동해 엽록소 농도 분포도 울산-감포 해역 용승으로 인해 농도가 매우 높고 동해 내부로 확장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반구대암각화가 울산에 위치해 있을까? 울산 앞바다에는 고래가 풍부했을까? 진해, 거제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멸치 어장이 울산 연안에 형성됐을까? 경주의 감포, 울산에 이르는 우리나라 동해 남부 해역에 예부터 청어, 멸치, 오징어 등 수산물이 많이 잡혔을까? 울산과 감포 연안에는 여름철이면 때때로 표층수온이 섭씨 10℃ 가까이 차가워질까? 동해남부 연안에는 여름철이면 바다 안개인 해무가 자주 발생할까?

해양과 어업관련 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봄직한 의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이나 지자체 등은 여름철 연안해역의 수온이 주변 해역 보다 섭씨 5℃ 이상 차가운 해수가 출현하는 경우 냉수대주의보를 발령한다. 냉수대가 발생되면 수온이 급격히 차가워져 어류를 비롯한 해양생물 등은 냉수대가 발생한 해역을 벗어나 외 해역으로 분산한다. 그러나 육상에서 해수를 뽑아 올려 어류를 양식하는 육상 양식장에서는 냉수대는 치명타다. 또한 여름철 냉수대 발생으로 온도차에 의한 해무가 동반돼 항해선박 등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3년간 짙은 해무가 발생하는 시기(3~6월)에 발생된 해양사고가 전체 해양사고의 31%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해무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과원에서는 지난 2013년의 경우, 7월 4일부터 8월 6일과 8월 9일부터 13일에 걸쳐 감포 해역에, 7월 12일부터 15일과 7월 18일부터 8월 6일에 걸쳐 울기 해역에 냉수대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러한 냉수대 발령기간 동안 울기 등대 근처에서 관측된 7월 18일 표층 수온의 경우 섭씨 15.2℃로 냉수대주의보발령 직전인 7월 16일의 20.2℃ 보다 무려 5℃ 이상 크게 차가웠던 것으로 관측됐다. 2011년의 경우에는 5월 24일부터 8월 24일에 걸쳐 울기, 감포 연안에서 수차례 냉수대 주의보 발령과 해제를 반복했다. 표층 수온 또한 5월 24일에 울기연안에서 섭씨 9.0℃로 한 겨울철 수온보다 더 차가웠다. 이처럼 감포, 울산 연안바다는 6월에서 8월까지 주로 여름철 냉수대가 빈번히 발생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신재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위성 자료로부터 1998~2006년 동안 냉수대 발생과 관련된 현상을 분석한 결과 6~9월 사이에 발생 비율이 평균 58%로 나타났다. 이러한 냉수대는 때로 삼척 연안으로부터 부산 연안까지 동해 전역에 걸쳐 발생한다. 왜 여름철을 중심으로 냉수대가 빈번히 발생할까?

울산, 감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 남부 해역은 6월부터 9월초 사이에 계절적으로 남서풍의 바람이 자주 부는 해역이다. 감포-울산 해역의 냉수대 발생을 연구한 부산대학교 해양과학과 이동규 교수 연구팀 등 다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바람이 냉수대 발생의 주원인으로 남서풍이 불고 나서 하루나 이틀 후에 냉수대가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 감포 문무대왕릉과 갈매기 문무대왕릉 앞 수중에는 쉼없이 용승작용이 일어나 바다를 건강하게 살찌운다.

남서풍의 바람의 경우 구룡포-부산에 이르는 해안선의 방향(북동-남서)과 일치해 연안의 표층 바닷물을 외해로 밀어내기 쉬운 특징을 가졌다.

또, 해안선과 평형하게 부는 남서풍의 바람과 함께 감포, 울산 주변 해저지형 또한 냉수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산 및 울기 외해역 수심은 100~150m로 비교적 일정한 편이지만 감포 해역을 지나서는 수심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포항 외해에서는 1천500m에 육박한다.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유입하는 대마난류는 이러한 수심대를 지나면서 수심변동의 영향으로 해안에서 멀리 향하면서 상대적으로 연안쪽은 대마난류 영향이 줄어든다.

또 감포-울산 해역에 저층에는 겨울철 러시아, 북한 인근의 동해 북부 해역에서 기원해 남하하는 북한한류와 혼합된 저층의 냉수가 여름철에 주로 유입되기 시작한다. 즉, 남서풍의 바람에 의한 표층 해수의 외해로의 움직임 혹은 대마난류의 해안 바깥쪽으로의 움직임을 보상하기 위해 저층의 찬물이 연안쪽의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 작용이 바로 냉수대 발생 원리이다.

시기적으로 절묘하게도 남서풍의 바람, 대마난류의 강화, 저층으로의 냉수 유입 세기가 강화되는 시기가 모두 늦봄부터 여름철 사이이다. 물론 과거에는 해양 및 기상 조건의 변화에 따라 그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감포-울산 해역의 용승은 바람과 해저지형, 난류와 한류가 합작해서 만들어낸 자연의 절묘한 합작품으로 자연의 하모니이다.

이러한 감포-울산 바닷물의 용승은 단지 표층의 바닷물을 차게 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어장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한 예로 세계적인 어장인 페루-칠레 및 북서아프라카 해역의 어장 형성 이유 또한 연안 용승과 관련된다. 영양염이 풍부한 저층의 바닷물이 이 용승을 따라 표층 근처로 올라온다. 표층으로의 영양염 공급은 주변에 비해 높은 생산력을 유발한다. 높은 생산력은 동물 플랑크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동물 플랑크톤의 개체수의 높은 증가를 불러일으킨다.

그 증거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창래 박사 등은 감포-울산 해역의 2001년 조사에서 인접한 대한해협의 다른 지역보다 2~10배 높은 동물플랑크톤의 출현량을 보고했으며, 냉수대 분포 지역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동물플랑크톤 분포는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오징어, 멸치 등 어류의 번성을 불러일으킨다. 먹이사슬의 인과관계로 동물플랑크톤 이나 소형어류 등을 먹이로 하는 귀신고래 등 고래류도 합류한다.
▲ 국립수산과학원 울기 연안정지관측소에 관측된 2007-2014년 동안의 표층수온. 여름철 수온이 급격히 감소했다.

용승 작용으로 인한 높은 생산력은 단순히 감포-울산 인접해역에 그치지 않는다. 감포-울산 해역에서 유발된 높은 생산력을 갖는 해수가 대마난류를 따라 동해 내부로 확장한다. 그야말로 동해를 살찌우는 동해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동해 타지역의 용승 작용이 감포-울산 해역과 같은 원리는 아니지만 울릉도와 독도의 섬 주변에서도 발생한다. 강한 해류가 섬에 부딪히면서 표층과 아랫부분을 잘 섞어놓기 때문이다.

표층 아래의 풍부한 영양염이 이 혼합을 따라 표층으로 올라온다. 섬 효과라고 일컫는 이러한 현상은 울릉도와 독도 주변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비단 울릉도, 독도 뿐 아니라 동해 오징어 등의 황금어장 대화퇴 및 왕돌짬 등도 모두 섬 효과이다.

동해에 빈번히 발생하는 소용돌이 현상 또한 이러한 용승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소용돌이로 인해 상층과 하층이 잘 섞이게 되는 셈이다.

동해 해양 생태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는 예로부터 청어, 멸치, 오징어 등 수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구룡포-감포-울산에 이르는 동해 남부 해역의 높은 어업 생산력의 오랜 비밀이 바람과 해저 지형, 한류와 난류의 절묘한 만남인 용승 현상 때문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년 동해 연안 어민 및 피서객 등을 괴롭히는 냉수대 현상 또한 저층의 찬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 현상과 관련이 있다. 용승 및 냉수대 발생이 감포-울산 해역에 국한되지 않고 삼척 연안부터 기장 연안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원리에 의해 빈번히 발생한다.

감포-울산 해역은 그 핵심에 있다. 감포-울산 연안을 비롯한 동해 연안의 용승으로 인한 높은 어업 생산력은 일본이 동해 연안에 눈을 돌리는 직접적 계기가 됐으며, 구룡포, 감포, 울산, 죽변 등에 일본인 식민이주어촌 건설로 이어졌음은 역사적 수순이었다.

한편, 바닷물이 동해 내에서 용승 한다면 필경 어디에선가 침강해야 균형이 맞을 것이다. 감포-울산 해역이 동해의 대표적인 용승 해역이라면, 그 옛날 발해의 영토였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이 동해의 대표적인 침강 해역이다.

시베리아의 겨울철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차가워지고 결빙으로 인해 밀도가 높아진 표층의 무거운 바닷물이 이곳에서 심층으로 가라앉는다. 그것이 동해 해양심층수의 기원인 셈이다.

동해의 침강과 용승 작용이야말로 동해가 살아있고 역동한다는 증거다. 침강과 용승으로 인해 동해의 심해가 쉼 없이 움직인다. 독도 인근의 무려 수심 2천m 심해에서도 매 순간 사람걸이에 가까운 바닷물의 움직임이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해의 움직임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감포-울산 해역으로 대표되는 용승 현상 외에도 동해의 다양한 작동 원리가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많은 작동 원리를 이해할 때 우리는 한발자국 더 동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동해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는 또한 다양한 해양문화 스토리텔링을 탄생시킬 수 있다.

민족의 섬 독도 동도 접안시설에는 준공을 기념해 기념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그 표지석에는 특이하게 삼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무대왕의 뜻을 이어 창건한 경주 감은사의 삼태극 문양과 동일한 문양이다.

죽어서도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동해에 잠든 문무대왕의 얼을 독도에 새긴 이유다. 동해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잘 알아야 한다. 그것이 주인 된 자세다.

감포-울산 해역의 용승은 그토록 동해를 지키고자 했던 문무대왕이 용으로 승천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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