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국 돌파 위해 유방의 '如何策' 거울삼아 소통하는 국정운영 펼쳐야

중국 고사에 초나라 항우와 한고조 유방과의 성패를 가른 것은 하여(何如)대 여하(如何)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항우는 전장에서 돌아오면 부하 장수들에게 "나의 성과가 어떤가(何如)"하며 항상 우쭐대며 자신의 전략이 천하 최고임을 내세웠으며 유방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如何)"하며 겸손하게 다음 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휘하 부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래서 유방의 휘하에는 장량, 한신, 소하 등 수 많은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어 항우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제패했다.

4·13 총선으로 정국이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4, 15일 양일간 실시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이 31.5%로 역대 최저를 보였다. 민심이 바닥권으로 떨어졌음을 나타냈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 자신이 이번 선거의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의 교체를 포함한 대폭적인 국정쇄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레임덕을 재촉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국정쇄신의 의지를 보이면 야당도 협조할 명분과 계기를 만들어 대화를 통한 국정 논의를 거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러면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의 앞날도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선거가 끝난 후 처음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는 원론적인 이 한마디 발언으로 끝냈다. 국민들에게는 최소한 본인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있었어야 했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국민에 대한 예의요 도리인 것이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가 여소야대가 되었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총선의 민의는 여야가 협력해 국가의 정치를 안정시키라는 엄중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었다. 김 대통령은 이 총재와 재임기간 동안 8번이나 영수회담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야당 대표와 3번의 단독회담을 가졌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2차례 야당 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재임 3년여 동안 단 한번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국정 파트너인 야당 대표와의 대화는 개인의 감정에 치우칠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민생과 안위를 위한 필수적인 것이다.

앞으로 20대 국회에서 국회 운영을 좌우지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벌써부터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특검 및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등을 제기하고 있어 임기를 1년 10개월이나 남겨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머잖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레임덕은 박 대통령이 기존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불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계속 유지할 경우 전임 대통령들과 같은 불행한 임기 말을 맞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가 있다.

남은 임기동안이라도 유방의 '如何策(여하책)'을 거울삼아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교체 등 국민 모두가 두루 화합하는 치마폭이 넓은 국정운영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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