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회·시민들 선도했던 학교 현재엔 사회 부조리·비리에 눈감고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주 화요일은 4·19혁명 56주년 기념일이었다. 정부도 행정기관도 심지어 학교에서도 그럴듯한 기념식을 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이래 민족동란과 이어지는 세계적 냉전체제 그리고 군사독재와 광주항쟁 등으로 갈등구조의 포로가 된 나머지 의식을 거행하는 일을 조소거리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헌법이 따르는 민주이념의 주체인 4·19혁명의 사상에 대해 특히 그것의 주역이었던 대학이 이제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19혁명은 정부가 주도한 불법 선거를 진리탐구자인 학생들이 맨몸으로 항거하여 일구어낸 희생적 결사를 말한다. 불법선거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여당이었던 자유당으로 하여금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반 공개투표, 야당 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를 통해 장기 집권을 꿈꾸며 시도 되었다. 바로 그날 마산에서 시민과 고등학생들이 이런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총격과 폭력으로 강제진압을 하면서 다수의 사상자를 내었는데, 야비하게도 당국은 시위자들을 공산폭력배로 몰아 고문을 가했다. 4월 11일에는 실종되었던 마산상고 김주열 군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에서 시체로 떠오르는 바람에 분노한 마산 시민들이 2차 시위를 벌였다. 이어서 4월 18일에는 고려대학교 전학생이 민주주의를 쟁취하자는 구호와 함께 국회 의사당으로 진출하고, 4월 19일에는 전국의 학생과 시민들이 총궐기하여 이승만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마침내 일주일 후, 결국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4·19혁명은 신생한 독립국의 학도들이 바른 정신에 입각한 국가의 건설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개인사는 접어두고 공공의 정의를 부르짖었던 대승적 운동이었다. 국가적 정의와 진리를 위해 동료와 한 덩어리가 되게 만든 시위는 학생, 교사, 교수, 시민을 한 덩어리가 되게 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오늘의 대한민국 대학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학은 진리의 전당이고 대학의 교육 목표가 '진리, 자유, 정의'라고 거의 모든 대학들이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딴판이다. 학생이나 교수의 개인윤리는 표절 논란을 벗어나기 힘든 수준이고 대학 교수들의 담론에서 진리라는 개념이 실종된 지 오래다. 뿐더러 모든 대학의 열망은 '어쨌든 돈을 많이 따와야 대학이 산다'는 천민자본주의가 절어 있고, 심지어 교육부 당국의 모든 학교 평가 기준도 취업이 그 으뜸이다.

4·19혁명은 오늘의 대학에게 묻는다. '대학의 진정한 이념은 무엇인가' '대학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국가의 가치는 무엇이며, 대학은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가' '적어도 4·19혁명 때의 학교들은 사회와 시민들을 선도하였는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가' '대학의 구성원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어떤 이념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이념은 무엇인가' 아마도 대학들은 이런 질문을 들으면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며, 선진국은 미세한 내용들을 다룬다. 현재 한국사회는 거대담론이 통용되는 저개발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회에는 부조리와 비리가 많은데 왜 대학은 조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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