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조사업도 100억원 이상 규모는 사전심사해 '재정누수 차단'

PYH2016042203260001300.jpg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국가 재정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재정준칙을 명문화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으로 누리과정과 같은 국가 정책사업을 우선 편성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특별회계를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중장기 재정건전성 강화를 큰 줄기로 하는 전방위적 재정개혁안을 마련했다.

먼저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포괄하는 '재정건전화특별법(가칭)' 제정안을 올 하반기 정기국회 이전까지 만들어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의 재정 수준은 여타 선진국이나 주변국과 비교해 탄탄한 편이다.

그러나 작년 2060년까지 장기재정전망을 해본 결과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수요 증가 등으로 국가채무가 현재 40%대에서 60%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제적인 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다양한 재정준칙 유형을 면밀히 검토해 한국 실정에 맞는 재정준칙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한도를 설정해 관리하는 '채무준칙', 총수입 증가율 범위 내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관리하는 '지출준칙', 이밖에 '수입준칙'이나 '수지준칙' 등 다양한 방안 가운데 구체적인 도입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법률을 만들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이고(pay-go)'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개선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지방교육청에 지급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육세 재원을 분리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작년 누리과정 예산편성 논란을 거치면서 지방교육청이 법정지출 예산편성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별회계의 재원은 누리과정이나 초등돌봄교실과 같은 국가 정책사업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된다.

또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자체 전입금으로 세출예산을 편성할 때 사전에 교육정책협의회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재정운용 관련 주요 내용을 교육청 간에 비교·분석해 공시하는 '지방교육재정알리미' 기능도 강화한다.

재정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사회보험은 향후 고갈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장기재정전망 틀 안에서 정부와 연계·협의를 강화하는 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한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재정추계 전망주기와 방식이 제각각이었던 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를 재정전략협의회와 연계해 전망 실효성을 높인다.

또 각 보험 관리주체가 장기재정 안정화 목표를 제시하도록 하고, 목표 이행상황을 정부가 점검·평가한다.

정부는 각종 재정사업이 진행되는 전 단계에 걸쳐 '새는 돈'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100억원 이상 비보조사업의 경우 추진에 앞서 적격성을 따져보는 사전심사를 도입한다. 보조사업은 내년부터 사전심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비효율·낭비 사업을 관계부처와 재정당국이 직접 살펴보는 '집행현장조사제'를 도입한다.

단 한 번이라도 보조금을 부정수급했다가 걸린 사업자를 즉시 보조사업 수행대상에서 배제하는 '보조금 원스트라이크 아웃(one-strike out)' 제도를 도입 첫해인 올해부터 강력히 시행한다.

비효율·낭비사업 심층평가와 국고보조사업 일몰평가 등을 통해 성과가 낮은 사업을 과감히 퇴출하는 방향으로 올해 개편된 '통합 재정사업 평가' 결과를 내년도 예산 편성에 연계할 방침이다.

정부는 재정을 ▲ 전략적 재원 배분 (strategy) ▲ 통합적 재정운용 강화(merge) ▲ 최첨단 분석기법(technology) ▲ 새시대, 새로운 틀(restructuring) ▲ 자율적 혁신 바람(autonomy) 등 이른바 '스마트(SMART)' 원칙에 따라 운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정 중장기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 전략을 세웠다.

세입여건이 불확실하고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만큼 일관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출 내용은 성장·고용 친화적으로 관리한다.

2020년까지 총지출 증가율은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한다.

분야별로는 서민생활 안정,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중점 지원하는 한편 북한 도발과 테러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안보·치안 서비스를 강화한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민자유치로 재정을 보완하고, 산업·농림분야는 체질개선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수술이 무섭다고 안 하고 있다가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 및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후 재정건전화특별법에 대해 "재정 건전성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가 똑같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과는 다르다"며 "제가 (야당에) 설득도 하고 설명도 해야겠지만 여소야대 정국이라서 특별히 더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채권단을 중심으로 정리하되 원활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내년 지출규모는 현재 경기상황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