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와중 '빈집털이' 회사원 체포…피해 신고 18건

연쇄 지진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일대에서 피난 생활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심각한 2차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2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구마모토현은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 깔렸다가 5일 후에 사망한 여성(69)의 사례가 지진 관련사(死)로 인정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진 관련사는 피난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해 사망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일본 당국은 붕괴한 건물에 깔려 숨지는 등 지진 자체가 원인이 된 사망과는 구분해서 집계하고 있다.

이 여성은 16일 오전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 깔렸다가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21일 사망이 확인됐다.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자동차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여성(51)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항공기 일반석처럼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하면 사망하는 신종 증후군)으로 사망하는 등 11명이 지진 관련사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구마모토 지진으로 인한 관련사 사례는 12명으로 늘었다.

이번 연쇄 지진이 직접 원인이 된 사망자는 12명이며 2명이 실종상태다.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은 1만채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고 23일 현재 7만8천여 명이 피난 생활 중이다.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의 한 피난소에서는 21일 이후 28명이 설사나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해 이 가운데 1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국은 노로바이러스 집단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난민들은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느라 제대로 씻지 못하고 있으며 화장실이 부족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진 피해자의 주택에서 도둑질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경찰 본부는 지진 피해자의 집에서 태블릿 전자 기기를 훔친 혐의(절도, 주거침입)로 회사원(51)을 23일 체포했다.

이 회사원은 이달 15일 오후 10시께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益城町)의 한 여성63) 집에 들어가 DVD와 태블릿 기기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구마모토현 경찰은 14일 연쇄 지진이 시작된 이후 절도 피해를 18건 접수하고 수사 중이다.

현지 철도회사 JR규슈는 23일 규슈 북부 후쿠오카(福岡)시에 있는 하카타(博多)역과 구마모토 역을 잇는 약 98㎞ 구간의 신칸센(新幹線, 고속열차) 운행을 9일 만에 재개했다.

구마모토시에서 신미나마타역 사이의 74㎞ 구간은 지진 때문에 여전히 운행 중단 상태다.

신미나마타역에서 규슈 최남단의 가고시마주오역 구간은 이달 20일 운행을 재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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