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만호서 여권·짐 도난당해 스위스 韓 대사관서 재발급

▲ 스위스 몽트뢰에 있는 '레만호' 모습.
◇스위스 레만호에서 생긴 일

지난여름 나는 2개월 동안 유럽지역으로 자유 여행을 했었다. 딸을 포함한 가족 6명이 함께 캠핑과 렌터카로 다니면서 생긴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스위스에서 짐과 여권을 도난당한 황당한 일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스위스 몽트뢰에 있는 '레만호'는 여의도 70여배나 되는 넓고 아름다운 호수이다. 한국 영화 '레만호에 지다'에도 소개됐듯이 호수 주변이 숲과 아름다운 마을로 싸여있는 전형적인 전원 호수로,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 호숫가에 있는 '쉬옹성'이란 아름다운 고성(古城)을 구경하고 주차장에 오니, 세워둔 렌터카 오른쪽 유리창이 박살이 나있고 짐 가방 2개가 없어졌다. 집시 도둑들에게 털린 것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무엇보다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건 가족들 여권 4개가 짐 따라 도난당한 것이다. 경찰이 현장에 나오고 서너 시간동안 그곳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풀죽은 우리를 대신하여 그들이 스위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상황 연락과 여권 발급 신청 예약까지 친절하게 해주었다.

◇스위스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을 가다.

우리 대사관은 스위스 수도 베른(Bern, Kalcheggweg 38)에 있다. 베른 열차 중앙역에서 동남향으로 2.5㎞ 정도 떨어진 곳이다. 깨끗하고 숲이 욱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저택 같은 대사관 건물이 당당하게 서있었다. 1963년 스위스와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외교업무는 물론이요, 이곳 재외동포의 안전과 여권발급 등 민원처리를 담당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부기관이다. 정문 우측기둥에 무궁화문양과 '대한민국 대사관'이라고 새겨져있고, 그 위에서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넓은 정원엔 무궁화가 흰색, 붉은색으로 피어있고 고풍스런 아담한 3층 건물에 한국적인 주변 분위기가 여정에 지친 우리의 심란한 마음을 품어 안아 주었다.

◇무궁화와 태극기에, 충직한 공무원, 한국인임에 가슴 뿌듯.

민원담당 여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도난 경위를 듣자마자 그녀는 분주히 움직였다. 신분확인, 사진입수, 관련기관과의 협의 등 무려 한나절 동안이나 점심을 거르면서까지 맡은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공직자상을 보았다. 그리고 새 여권 4개를 손에 쥐여주며 현관까지 따라 나오는 그녀의 배려에서 살뜰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찐한 동포애를 느꼈다. 정문을 나서는데 뜰에 핀 무궁화와 펄럭이는 태극기가 더 없이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외국에 나가봐야 애국자가 된다'는 말의 참 뜻을 절실히 느끼면서 내가 한국인임에 감사했다. 그리고 창공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또 한 번 우러러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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