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삿포로의 여인 = 이순원 지음.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이 6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순원은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와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해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중견작가다. 그가 쓴 '은비령',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는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고, '19세'와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순원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강릉 대관령을 배경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삿포로의 여인'은 삿포로에서 태어나 대관령에 와서 살았던 시라키 레이와 대관령에서 태어났지만 삿포로로 떠나버린 그녀의 딸 유연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을 움직였던 사랑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린다.

추천사를 쓴 황정은 작가는 "(이순원) 선생을 이룬 것 중에 내가 은밀하게 샘내는 것이 있다. 바로 선생의 대관령이다"라며 "선생은 그곳(대관령)을 부지런히 넘어 선생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썼다. 조바심도 숨이 넘침도 없다"라고 밝혔다.

'은비령', '그대 정동진에 가면', '19세'에 이어 강원도를 무대로 한 소설이다. 소설은 지난 1년간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됐던 작품을 묶었다.

문예중앙. 284쪽. 1만3천원.





△ 자기 개발의 정석 = 임성순 지음.

'컨설턴트', '문근영은 위험해' 등 '회사 3부작'으로 유명한 임성순 작가가 다섯 번째 장편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을 출간했다.

임성순은 동시대적 소재와 독창적인 서사, 흡입력 강한 문장으로 강한 팬덤을 구축한 작가다. 책은 민음사가 발간하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하나로 나왔다.

지금은 폐간한 문예지 '세계의 문학'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전립선염에 걸린 중년 남성의 때늦은 성장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연재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다.

대기업 부장이자 기러기 아빠인 마흔 여섯 살 이 부장은 전립선염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찾는다.

그는 의사에서 전립선 마시지를 받던 중 전율을 느끼고, 그 전율의 정체가 오르가슴이라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이후 이 부장의 삶은 전에 없던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데….

임성순은 이번 작품에서 '회사 3부작'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대한 독창적인 분석을 보여준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십 년 넘게 일해온 이 부장과 회사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분석은 오늘을 사는 회사원들로부터 큰 공감을 자아낸다. 상대적으로 짧은 경장편이지만 이 부장과 같은 흥미로운 캐릭터와 오르가슴이라는 극적 소재가 몰입을 높인다. 한국 사회의 소진된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다.

민음사. 168쪽. 1만3천원.





△ 12개 한자로 읽는 중국 = 장일청 지음·이인호 옮김.

중국 역대 왕조의 이름에 담긴 한자 뜻풀이를 통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조망한 책. 왕조의 이름으로 채택된 한자가 어떤 연유로 사용됐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글자 뒤에 숨겨진 복잡한 이야기가 천일야화처럼 펼쳐진다.

왕조의 이름에는 그 시대의 문화, 경제, 민족, 민간 전설 등과 함께 해당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라서 그 나라 이름만으로도 그 시대의 농축된 문화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북방의 강물은 물소리가 탁해 '황하'(況河)라는 이름이 붙고, 남방의 강물은 물소리가 맑아 '장강'(長江)이라고 불렀다는 등의 해설이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흥미를 돋운다.

뿌리와 이파리. 242쪽. 1만5천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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