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공동주택에 거주 세금처럼 납부하는 관리비 주인의식 갖고 관심 가져야

언젠가 경찰청이 5년 이내 퇴직하는 경찰관 1천123명에게 질문을 했다. 가장 갖고 싶은 자격증은 무엇인가? 경찰력의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비지도사가 1위를 차지했고, 부동산 거래를 매개하는 공인중개사와 귀농·귀촌에 대비한 굴삭기운전기능사가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주택관리사가 네 번째로 선호됐다.

특히 중년을 대상으로 은퇴 후 취업 희망 직종을 물은 알선 업체 조사에선 주택관리사가 33%로 선두였다.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전문가임을 증명하는 자격증인 주택관리사. 이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채용 요건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인생 후반부 로망으로 등극했을까.

근년의 일이다. 아파트 단지 도로를 걷다가 구면의 관리소장을 만났다. 그분은 반갑게 인사하더니 착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조만간 직장을 그만둔다고. 무슨 일이 있느냐 의아해하는 물음에 농반진반 덧붙였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떠나야 한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근자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비롯한 동대표가 교체됐지. 그것과 연관이 있겠구나 싶었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연민과 함께 공동주택에 대한 현실이 떠올랐다. 특별한 하자가 없음에도 (개인적으로 교체 사유는 알지 못 한다)일방적으로 고용 계약이 해지됐다면, 작금의 아파트 관련 언론 보도는 일정 부분 여기서 기인하는 듯싶다. 관리소장의 지위가 너무도 불안정하기에 문득 든 생각이다.

관리소장이 선출직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를 견제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비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갑(?)에게 소신껏 반대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까. 상호 견제가 원활히 작동치 않는 조직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재작년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여론이 들끓었고,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가 처음 도입됐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의 감사 결과에 의하면, 대상 아파트의 19%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5곳 중 1곳인 셈이니 엉터리 회계가 비일비재하다는 의미.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광고로 도배됐다. 여백의 멋이 그리울 정도다. 일 층 출입문 인터폰에 붙은 광고장 2개를 시작으로, 복도에 설치된 시계, 거울, 전단지꽂이, 게시판에 총 8개가 부착됐다. 또한 승강기 출입문 바깥에 2개, 그리고 안쪽에 사방으로 16개가 병풍처럼 둘러쳤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광고를 읽게끔 돼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70%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매달 세금처럼 납부하는 관리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수많은 입주민이 분담하기에 주인의식도 흩어진다. 상호 간의 소통이 절실하다. 홈페이지를 의무화하고 동별 모임을 활성화하자. 공무원이 참석해서 주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기회로 여긴다면 금상첨화.

인터넷 사이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확인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의 관리비는 공용과 개별사용료 공히 양호하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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