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귀화서 교훈 얻어야 박태환 국가대표로 선발해 재기의 기회 주도록 해야

검사가 이임하게 되자 고등학교 동기들 가운데 몇 사람이 그에게 전별금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 검사는 다른 동기들까지 불러 모아 전별금을 준 동기들을 공개적으로 엄하게 훈계하면서 자신은 전별금과 같은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동기들은 그의 그런 행동에 대해 "매우 청렴하다"고 말했고 일부는 "이상한 친구"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로 재직하면서 훗날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결국 수감생활까지 하였다.

겉으로 또는 남에게 인정(人情)보다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내세우는 사람이 사실은 더 부패한 인간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남의 실수나 잘못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엄한 언행을 보인다. 그들의 속 비리를 알지 못하는 한 원칙과 기준에 충실하게 보이는데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사마천은 그의 책 '사기열전'에 혹리열전(酷吏列傳) 곧 12명의 가혹한 관리들에 관한 기록을 실었다. 사마천이 살았던 때 제왕인 한무제는 매우 아집이 강한 권력의 신봉자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법이 위력을 가지고 제대로 집행되기를 원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혹리들이 날뛰었다. 혹리들은 늘 누구에게나 엄격한 법집행을 내세운다. 그것은 권력자가 원하는 대로 권력자의 위세를 높이는 것이므로 혹리들은 당연히 권력자의 눈에 들게 된다. 더구나 혹리들은 하나같이 오로지 임금에게만 충성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내세워 업신여기고 깔본다.

지금도 출세하고자 하는 자들이나 그들이 우두머리로 있는 집단은 권력자의 총애를 받기 위해 오로지 권력자에게만 충성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며 가혹한 처사를 강행하는 혹리(酷吏)의 전형(典型)을 나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수영연맹(FINA)이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2016년 3월 2일까지 선수자격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음에도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선발 규정에 따라 박태환을 향후 3년간 국가대표선발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는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국가대표로서 선발될 수 없다'는 이 규정은 작년 7월 추가되었으나 당시에도 형벌에 징계처분을 따르게 하는 경우와는 달리 징계에 징계를 더하는 것은 이중징계라는 논란이 있었다. 더구나 위 규정이 추가될 무렵 대한체육회의 임원들의 비리에 대해 검찰수사가 벌어지고 있을 때로 자신들의 치부들 감추기 위해 국가대표선수선발 규정을 더욱 엄하게 바꾼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정관을 포함한 여러 규정 등을 살펴보면 대한체육회가 임원보다는 선수들에게 가혹한 단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자국 선수들을 감싸고 보호해야 할 대한체육회가 자국선수에게 FINA보다 더 날선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는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운동을 위해서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선수가 한번 실수했다고 해서 획일적이고도 가혹한 규정과 기준을 내세워 국가대표선발에서 3년이나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박태환 선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제외하고는 매우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왔다.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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