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3일 창조경제혁신센터(포항시 남구) 5층 세미나실. 중국, 필리핀 등 결혼이민여성 20여명이 진지한 자세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포항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한 2016년 결혼이민여성 취업역량강화 '토탈뷰티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이번 강좌 수료 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A(35)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내년이면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혹시라도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A씨는 "아이가 잘 적응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경북도 '다문화' 10년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지 10년이 지났다.

2006년 4월 정부는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처음으로 수립해 시행했고,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다. 이후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여성은 30만5천명, 이들이 낳은 2세는 20만8천명(2015년 7월 기준)에 이른다.

경북도는 2006년 '이주여성 가족에게 새로운 행복이 2010'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다양한 다문화가족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06년 2천834명이던 결혼이민자가 2015년에는 1만3천45명으로 4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됐다.

최근 지역 결혼이민자의 증가 속도는 둔화되는 추세다. 2011년까지 매년 천명 이상씩 증가해오다 2012년부터는 6~700명 정도 증가했고, 2015년에는 425명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다문화가족자녀도 2014년까지 매년 천명이상씩 증가해 왔지만 2015년에는 134명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규 결혼이민자가 줄어들면서 다문화가족자녀 증가 속도도 둔화됐다.

이에대해 조봉란 경북도 여성가족정책관은 "국제결혼에 대해 한국인 남성의 태도가 예전보다 신중해졌고, 불건전한 국제결혼을 막기 위한 국제결혼 비자심사 강화한데 따른 현상"이라며 "혼인과 이혼 또한 감소하면서 다문화가정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성숙도가 높아졌다"고 평했다.



△ 취업·자녀 교육 욕구 높아

해가 갈수록 결혼이민여성들의 한국사회 적응이 구체화되고 취업 및 자녀교육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 정책 초기에 출생한 다문화 자녀들이 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도래하면서 학령기에 접어든 자녀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26일 발표한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다문화가족의 물질적인 생활 여건은 개선된 반면 교육 및 사회관계와 관련한 고민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한국 생활의 어려움으로 '자녀 양육과 교육'을 꼽은 응답자는 지난 조사 기간이었던 2012년 22.0%에서 23.2%로 늘었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과 '언어 문제' 비중은 소폭 줄었다.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면서 고용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다문화가족 자녀가 사교육을 받는 비율과 참여 시간은 일반 청소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 취학률도 우리나라 평균보다 약 3∼4%포인트 낮았다. 한국어가 서툴고 사고방식·가치관·습관 등 문화가 다르다 보니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차별과 학교 폭력을 경험한 자녀 비율이 각각 13.8%에서 9.4%, 8.7%에서 5.0%로 감소한 것은 긍정적이다. 차별을 경험한 경우 부모와 선생님에게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족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는 또래와 교류하고,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배상식 대구교대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점차 한국화하면서 한국인처럼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다문화가족이 늘고 있다"면서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성장해 다문화 학생 수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교육 여건이나 사회적 관계는 한국인보다 못해 고민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경북도, 3가지 과제 중점 추진

그동안 경북도의 다문화정책의 기반을 이루는 사업은 한국어교육, 통번역 등 결혼이민자의 초기정착을 위한 사업이었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족이 한국사회에 새로운 문화 형성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정책을 재편되고 있다.

결혼이민자의 경제적 자립 및 다문화가족자녀에 대한 지원 사업이 주 내용이다.

먼저, 결혼이민여성 이중언어강사 일자리 창출사업이다.

지난 1월 20일 경북도 교육청,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4개 기관 업무협약을 통해 사업의 첫발을 내딛고 결혼이민여성 이중언어강사 양성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과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을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이중언어강사 선생님으로 양성했다.

다문화가족자녀에 대한 이중언어 어학연수 사업도 눈길을 끈다.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넘어 엄마나라 언어에 대한 가족환경을 조성해 다문화가족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족자녀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해 1월에 국내 캠프, 8월에 베트남 현지 어학연수를 각 2주간 실시했다. 올해는 중국 출신 다문화가족자녀들을 대상으로 1월에 국내캠프를 실시했고, 8월에 2주간 중국 현지 어학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언어습득은 단기 연수로 효과를 보기는 힘든 만큼 2주간의 집중캠프들 사이에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부모교육을 병행한 연중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통해서 학습을 장려하고 이중언어에 대한 가족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중언어강사 일자리창출과 자녀 이중언어교육은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같은 맥락의 사업으로서 두 사업 간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이 외에도 지난해 네팔지진피해 지역에 결혼이민여성 모국봉사단을 파견한다. 인도적 지원을 위해 오는 6월 지진피해지역에 봉사단을 파견해 교육 및 빵 공장 건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 경북도 여성가족정책관은 "경북도의 다문화정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주여성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자녀교육을 통해 빈곤에서의 탈출, 경제적 자립, 다음 세대의 비전을 확고히 하는 것이 안정적인 가족생활과 사회통합의 핵심과제"라고 설명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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