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김동표 교수팀 신약개발 등 활용 가능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분자의 화학반응을 더 짧은 시간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납게 날뛰는 야생마 무리처럼 사람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생성과 분해, 변화 등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다루기 어려운 분자들을 신속하게 붙잡아 원하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단 수명 분자들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일 뿐 아니라 손쉽게 생산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신약 개발과 고품위 화합물 산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김동표 포스텍 교수(사진)팀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분자의 반응시간을 1만 분의 1초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 6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중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분자를 '반응중간체'라고 한다.

여러 물질과 동시에 결합해 원치 않는 반응을 일으키는 반응중간체는 반대로 원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더욱이 이때 걸리는 시간이 수십만 분의 1초 이하로 매우 짧은 데 다루기 까다로운 만큼 아직 이 반응중간체를 제어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없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반응중간체가 생기고 사라지는 시간 안에 화학반응을 진행하면 이를 이용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실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느다란 파이프나 좁쌀보다 작은 저장소로 구성된 미세반응기를 설계해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 반응기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자 반응 시간이 1만분의 1초보다 짧을 때 원하는 화합물만 생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동표 교수는 "세계 최초로 새로운 화학공학 기술인 미세반응기를 이용해 분자 반응 시간 영역을 1만분의 1초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면서 "향후 고순도의 의약품·천연물 등 화학약품 합성을 통한 경제적인 신약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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