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봉한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사외전'은 검사가 그 신분을 상실한 뒤 법정 밖에서 풀어나가는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엮어내며 1천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교차투표라는 반전 시나리오로 대미를 장식한 제20대 총선의 무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그러나 국민주권의 역할마저 결말을 맺은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선거외전'의 스토리를 써내려 가야할 때이다.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처음 지정된 유권자의 날은 올해 다섯 돌을 맞았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민주적 선거가 실시되었던 1948년 5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념하여 선정되었다.

5·10 총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헌의회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였고, 이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국민주권의 원칙이 사상 최초로 규정된 것이다.

이에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정하여 국민의 주권의식을 높이고 나아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그 취지이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교차투표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정치권을 잔뜩 긴장시켰다.

그동안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채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던 위정자들이 이번 선거 결과로 드디어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전례를 되짚어 볼 때 시일이 지날수록 차츰 정치권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힐 개연성이 높고 국민들은 다시금 정치에 관심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선거 때 단지 투표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역할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하고 있는지, 국민의 세금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위정자와 정당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5월 10일 유권자의 날은 '선거외전'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 시나리오에서도 주인공은 여전히 국민이며, 유권자의 날은 오늘 뿐만 아니라 1년 365일 연중무휴이어야 한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성년의 날에 장미를 선물하듯이, 유권자의 날에는 국민주권의 꽃을 우리 스스로의 가슴에 새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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