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문루 내년 말까지 준공 다리 내외에 볼거리 창출 기대 스위스 루체른 '카펠교' 처럼 월정교도 복덩이 다리 되길

▲ 경주 월정교 전경.
▲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카펠교 전경.
우리 역사 최고의 다리, 월정교(月精橋)가 66.15m 길이로 큰 누각과 지붕을 이고, 경주 반월성 옆 남천위에 우뚝 섰다.

다리 양쪽 문루(門樓)만 남아 예정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모두 준공이 된다. 이 다리는 원래 신라 경덕왕 19년(760)에 만들어진 목재다리로 고려 충렬왕 때(1280) 중수기록이 있고, 조선 현종 때 쓴 '동경잡기'에 그 유지만 남아있다고 전해져 500여 년 동안 교량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왕궁인 월성에서 남단으로 연결하는 중요 교통로요, 왕경사람들의 남산(南山) 통행로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해오는 이야기로, 원래 이곳에는 느릅나무로 만든 '유교(楡橋)'라는 다리가 있었다.

무열왕이 원효(元曉)대사가 남산불사로 이곳을 자주 왕래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근처 요석궁에 살던 과부 딸과의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꾀를 냈다. 대사를 개천에 일부러 빠뜨리게 하고, 요석궁에 들러 옷을 말리게 함으로써 요석공주와 사랑이 맺어져 그 사이에서 '설총(薛聰)'이 탄생된다.

당시 왕가와 승가의 우두머리인 무열왕과 원효대사의 의기투합이 우리나라 십현중의 한 사람인 대학자를 태어나게 했으니, 두 분이야 말로 신라역사에 길이 남을 통 큰 어른들이 아닐 수 없다.

이 요석궁 자리에 최부자 고택이 들어서 있고, 바로 앞에 '요석궁'이란 최씨 가문의 고급전통한식집이 있다.

특히 이 고택 사랑채는 영친왕, 손병희, 최남선, 정인보, 신돌석 장군 등 우리 현대사에 걸출한 많은 인물들이 다녀갔다.

지난해 여름, 유럽여행 때 스위스에서 월정교를 닮은 서양 목조다리를 보고 기뻤다. 이 다리는 스위스 최대 관광 도시 '루체른'에 있는 '카펠교'이다.

로이스 강위로 두 도시를 연결해 주고 있다. 길이가 약 200m나 되는 유럽에서 목조다리 중 가장 길고, 또 오래된 다리이다.

월정교처럼 강 속 돌기둥 위에 나무 교각이 설치되고, 그 위에 누각과 지붕이 떠받쳐 있다. 다리 안에 기념품 가게가 있고 도시 역사사진과 미술품 100여점이 걸려있어 관람객들의 눈을 끈다.

특이한 것은 다리 둘레가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되어 꽃 속의 다리처럼 보이고, 주변에 백조들이 떼지어 놀며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강변 따라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있어 다리를 오가며 먹고 마시고 즐긴다.

1333년 건립됐으나 20여 년 전에 소실, 복원되었다고 한다. 호반 미관과 어울려 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복 많은 다리라 부럽기까지 했다.

월정교 주변은 교촌마을이 있고, 최 부자고택, 경주향교, 월성궁터, 김유신 장군 집 우물터(제매정) 그리고 인용사지, 국립경주 박물관 등 여러 관광 명소들이 둘러있다.

또한 남산 옛 모습을 살릴 수 있도록 건너편 남산과 우측 도당산을 잇는 터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월정교는 양쪽 문루와 주변 정비가 이루어지면, 신라왕경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그 으뜸 역할을 할 것이다.

당국에서는 본체의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다리 내·외의 볼거리 창출에도 신경을 쓰면 좋겠다.

신라 옛 사진, 공주와 고승의 사랑이야기, 신라 역사 및 그 인물을 소개하는 등 좋은 홍보방법을 마련하여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다리가 선(先) 신라 천년의 다리요, 후(後) 경주 천년의 다리로, 세계적인 유명다리가 되어 후손대대 길이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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