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모든 문화의 꽃은 양분 흡수·동화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피어나야 한다

나는 요즈음 노래를 배운다. 성악을 전공한 젊은 선생에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목소리를 다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를 통해 내 육신을 울림 있는 악기로 다듬어가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원래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몸의 노화를 통해 교수 생활의 위기감을 느낀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50을 넘기면서 목소리가 쪼그라들고 갈라지는데 가래마저 잦으면서 말하는데 대한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교수 생활이 제법 남았으니 제대로 된 발성법을 터득하여 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나의 계산이었다.

성악가 전공교수에게 부탁하는 일은 부담과 실례가 될 것 같아 지도할 학부 학생의 천거를 부탁했다. 그의 도움으로 레슨을 시작했다. 지도 교사는 학부학생이었지만 솔직하고도 스스럼없이 소리와 자세 그리고 표정을 지도해 주었다. 이 지도를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원조 지도 학생은 대학원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또 다른 선생으로부터 이제 막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발성 요령을 터득하면서 발성법은 인생살이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성은 기본적으로 정직하게 훈련하는 몸에서 제대로 형성된다. 소리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일상 발화의 소리로 노래를 하면, 부르는 사람은 좋겠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괴로운 소음이 된다. 소리의 훈련은 제대로 된 자세로 동일하게 여러 번 반복하여 제 소리를 찾아가는 훈련인데, 이것은 반드시 보편적 성악의 법칙을 익히면서 이뤄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내는 공인이 되면 그는 자리가 필요로 하는 훈련의 집적을 통해 다듬어진 소리를 내야 한다. 하루아침에 그것도 자기식을 고집하면 그 언행은 소음과 불편의 원인이 될 뿐이다.

훈련을 통한 발성은 그러나 꾸며지거나 생소리가 들어가면 노래를 망친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얼굴을 찌푸린다. 따라서 훈련의 과정을 거친 소리와 표정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의 소리만큼 아름다운 음악이란 없다고 한다. 정치나 종교 혹은 교육기관에서 지도자들은 세련된 용모와 강인한 신념 또는 불변하는 가치관을 갖춰야 하고, 그런 바탕에서 일상의 행동거지는 쉽고도 아름다운 말투와 가지런하고 자연스런 태도를 드러내야 한다. 부자연스런 체면치레와 복잡한 의중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삶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노랫말을 읊을 때는 한자, 한자를 또렷하게 말하기보다는 숨을 고르게 쉬면서 소절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같은 톤이 유지되도록 목소리보다는 배에 힘을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 핵심은 배의 압력을 탄탄히 유지시키면서 목소리는 깊고도 편안하게 뿜어내는 기본을 갖추는 것이다. 사실 사회의 모든 문화의 꽃은 뿌리의 양분의 흡수와 가지와 잎들의 동화작용을 통해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피어나야 한다. 사람들은 화려한 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름답고도 소담스런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고, 계속되는 근원의 풍부한 배양을 전제로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는 근본의 지속적 육성으로 총체적 완성을 이룬다.

불원간 내 노래가 향상돼 멋진 발표회를 가지기를 나의 노래 선생들은 기대한다. 이에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성숙돼 많은 명곡이 애창될 날을 나는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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