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도자나 교육자는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에 편안함 생각 말아야

서산대사가 남긴 시 가운데 이 시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시는 없을 것이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에도, 모름지기 아무렇게나 걷지 말라. 오늘 걸은 나의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는 1948년 김구 선생께서 남북협상길에 나서면서 38선에서 읊어 널리 알려졌었다.

김구 선생은 이 시를 하루 세번씩 애송하면서 혹시나 흩트러질지 모르는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 세웠다는 일화가 내려오고 있다.

무릇 사회적 지도자나 교육자는 이같은 도덕적 규범을 지켜야 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

오는 15일이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과연 이 시를 읽고 하늘을 우러러 떳떳한 마음 가짐을 가진 이가 몇이나 될까.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자 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 단원 학생들이 병환 중에 있는 선생님과 퇴직하신 스승들을 위해 위로 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1963년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했고 2년 뒤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이 때부터 전국적인 기념일이 됐다.

'스승의 날'에 부르는 노래 '스승의 은혜' 노랫말은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이렇게 아름답고 숭고한 노랫말을 무색케 한 사건이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둔 지난 주말 일어나 전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 조모 교수(57)가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분석을 의뢰받고 2억5천만원의 연구용역비 이외에 거액의 뒷돈까지 받고 "피해자들의 사망원인과 살균제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조작된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지난 8일 검찰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최고의 지성인인 대학 교수까지 사람의 생명이 오고 가는 독성실험데이터를 두고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반윤리적 행위에 할 말을 잊게 한다.

공자는 평소 제자들에게 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학자는 먹는 것에 대해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하는데 편안함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를 했다.

공자의 이 말은 2천5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들의 흐트러진 정신을 바로 세우고 있다.

제35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구속된 서울대 조 교수의 제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선생'을 생각할까.

오늘도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은 제자들이 '참되게, 바르게' 잘 자라 줄 것을 마음속으로 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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