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기도·제사 없이 오직 불경 번역·공부에만 매진

불기 2560년 석가 탄신일(음력 4월 8일)을 맞아 상주시 공검면 오태지동길 185-15번지에 위치한 '도각사'라는 참 특이한 사찰이 있어 본지를 통해 소개(도각사, 큰 스님, 안심병원, (사)보리수)하고자 한다.

절 입구에 우뚝서 있는 사찰명이 적힌 돌 간판을 지나 주차장에 들어서면 일주문도 대웅전도 없는 패널로 지은 큰 건물이 나타난다.
잠시 후 조용히 문이 열리고 스님이 마중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절에 들어온 건가 싶었다.

"혹시 여기가 절이 맞느냐"고 묻자 젊은 스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신다.
"수행자가 있는 곳이니 도량이 맞습니다"

▲ 상주 도각사에서 수행중인 도반 스님들.
◇불경해석도량 도각사


국내 다섯번째 규모라는 상주 오태저수지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한적한 농촌에 15명(비구스님 10, 비구니스님 5)의 수행자들이 머무는 사찰이 있다.

따뜻한 차를 내리는 스님의 얼굴이 무척 젊어보여 넌지시 나이를 물었더니 출가한지 19년째라는 뜻밖의 대답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모두 젊은 스님들만 앉아 있다.

자신에 찬 말투, 흔들림 없는 눈빛, 그리고 잔잔한 웃음에 내 마음까지 밝게 물드는 기분이다. 여느 사찰과는 무엇인가 크게 다른 느낌이다.

특이하게도 도각사는 오직 불경만을 번역하고 공부하는 순수한 수행 도반들이 모여있는 사찰로 일체의 기도와 제사가 없다.

"지금 아프고 지금 슬프고, 지금 행복하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이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 행복하기 위해 이곳에서 공부합니다"

스님은 망자를 천도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고통을 해결함에 있다고 한다. 출가자의 목적이 출가가 아니라 생사로부터의 해탈이라는 절대불변의 명제에 너무나도 솔직한 스님들이었다.

이들은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찰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경을 덮어놓고 세속화의 길를 걷고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 슬프다고 한다.

"기와 올리고 단청한 목조건물을 절이라고 생각하는 이 시대 사람들의 오해를 만든 것도 저희 스님들이고 그 오해를 풀어주는 것도 저희 스님들의 몫입니다"

▲ 어린이템플스테이 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각사에서는 청소와 빨래부터 공양(식사) 준비까지 모두 스님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빨래를 하다가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고 예불이 끝나면 밭에 나가 운력을 한다.

운력이 끝나면 다시 인근 교도소를 찾아가 재소자들에게 불법을 전하고 저녁에는 스님들과 불경을 번역하고 토론한다.

"지난 20여년간 법회를 제외한 일체의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년전부터 스님들께서 전국으로 활동하시기 시작했지요"
"그 세월이 내 정신의 그릇에 보석을 채운 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5명의 스님들이 한 명의 스승님(이각 스님)을 모시고 수행정진한 지 20년, 한 스승 밑에서 20년의 세월을 배우고도 아직 공부의 끝이 요원하다는 스님들의 말씀에 감춰진 그 스승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다.

▲ 금적스님
◇연세안심프롤로 의원(의사스님)


이각 스님의 제자이자 현직 의사인 금적스님은 문경시에서 연세안심프롤로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20여년 전 연세대 의대생 시절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방황하다 이각스님을 만나고 그 가르침에 감동해 출가하면서 지금까지 본업은 스님, 부업은 의사라고 말하며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고 있다.

처음 의대에 입학했을 때에는 육신을 공부하면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몸 어디를 찾아봐도 삶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의사라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연봉으로 직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현실에 실망하기에 앞서 '누구나 죽는다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의문에 해답을 얻지 못하는 불안이 한 의대생을 좌절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각스님을 만나고 그 가르침으로 위대한 나의 본성을 발견하게 돼 주저없이 출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나를 찾기 위해 달려가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은 곳도 없었습니다", "이해가 없는 믿음은 맹신이요 논리가 없는 종교는 미신이라 생각합니다", "올바른 스승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비할수 없이 행복합니다"

'의사스님'으로 더 잘 알려진 금적스님은 부처님을 의왕(醫王)이라 했던 것은 내가 죽지 않는 정신임을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육신의 병을 인연으로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발견하는 귀한 인연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연세안심프롤로 의원
물질을 향해서만 질주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도리어 의사를 포기하고 출가를 결심한 한 수행자의 위대한 서원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아픈 이들의 가슴에서 연꽃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안심의원은 척추와 관절 등의 만성통증을 비수술적인 강화를 통해 완화시키는 증식요법을 시술하는 곳인데 현재 점촌에서 현대 의학과 심적안정을 병행해 만병을 치료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진료하고 있다.

▲ 사단법인 보리수 발대식.
◇사단법인 보리수


(사)보리수는 불경해석도량 도각사와 연세안심프롤로 의원, 도서출판 지혜의 눈, 사회봉사단 지심회를 운영하는 비영리 종교법인이다. 사회의 빛이 되고자 스님들이 뜻을 모아 지난 2014년에 발기한 보리수는 현재 15명의 스님들과 170여명의 봉사자로 구성돼 매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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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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