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국민의 소리 듣는 척 당선 후에는 전리품만 챙겨 '갑의 특권' 내려놓아야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던 총선의 긴 터널을 지나온 오월은 여전히 힘든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월의 하늘은 푸르고 햇빛은 찬란하건만, 민생 현장엔 생존의 절규가 들려온다.

그러나 정치판에는 그 절규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전쟁과 같은 총선에서 승리한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다.

국민의 소리는 선거 때만 듣는 척 하면 되고, 당선 후에는 전리품을 챙기고 각종 특권이 보장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누릴 행복감에 취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정당의 주도권 장악과 내년에 치러지는 대권 전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일리 없다.

선거기간 몇 개월만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경제를 걱정하는 척만 하면, 그 이후부터는 다음 선거때까지 특권을 누릴 행복만 꿈꾸면 되는 것으로 알고있는 모양이다.

국회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으면 국민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질적 특권만 아니라 '갑의 특권'을 마음으로부터 진정 내려놓아야 한다. '당선'은 '유토피아'가 아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선 때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지금 정부는 총선으로 미뤄뒀던 구조조정 칼날을 번뜩인다. 이것이 우리가 살길 이라며 고통을 감내하자 고 한다.

한때 경제 선진국의 상징이었던 선박건조 회사들이 '수주 제로'라는 참담한 성적표 앞에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용접 불꽃을 튀기며 조국을 선진국으로 이끌던 산업전사들은 이제 '영웅'에서 '잉여인간'으로 전락했다.

철강산업도 마찬가지다. 철강 수요감소로 가동라인이 일부 멈추면서 '꿈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것이 그들만의 책임일까. 그들만이 구조조정의 형극의 길을 걸어야 할까.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그들의 미래를 우리가 외면해도 되는 것인가.

그들은 비록 고된 일상이었지만 기족들의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시절을 추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맞게 됐다.

총선기간 동안 '장밋빛 공약'이 어지럽게 춤을 추며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힘든 일상으로 얼어붙었던 마음이 봄볕에 풀어지듯 잠시동안이나마 현란한 말들의 잔치에 취했다.

매번 되풀이 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이라도 일장춘몽을 즐겼다. '혹시'하는 기대감이 '역시'의 좌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총선 승자들은 아무도 국가나 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민생을 걱정하기보단 벌써 1년 8개월이나 남은 대선을 이야기하기까지 한다. 간혹 들리는 경제살리기 목소리도 국민의 지지를 염두에 둔 진정성 없는 공허한 소리로 들려온다.

당선인 누구도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 뿌리를 둔 계파나 정당의 미래만 걱정한다.

국민의 고통에 대한 관심은 총선과 함께 사라졌다. 국가의 미래보다도 집단의 미래가 우선순위인 게 그들이다. 그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저당잡힌 것이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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