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에 동조하는 미국민 분노의 독설 공감 '비정상적' 한국판 트럼프 등장할 것인가

여행은 미지의 세계와의 또 다른 접속이다. 생소한 빛깔과 난해한 소리의 와중에 세상의 다양함을 체득하고, 익숙지 않은 풍광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지구촌 반대편 미국의 중심부 뉴욕의 한밤중. 시차 적응이 안 돼 정신과 육체가 이완된 듯하나, 머릿속은 푸른 호수처럼 맑았다. 하지만 인체 리듬은 한사코 원점으로 회귀하려고 필사적이다. 창문 밖 빗소리가 정겹다.

호텔 로비에 비치된 유수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과 유에스에이 투데이. 정치인 트럼프와 금시초문의 팝가수 프린스를 조우했다. 물론 눈빛을 마주하진 않았다. 언론 보도를 통한 간접 대면.

두 신문 공히 일면 톱으로 'Dearly Beloved'를 부른 가수 프린스의 죽음을 알렸다. 미국에 도착하던 하루 전날 타계했는가 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그는 미니애폴리스 사운드의 선구자라고 한다. 한국의 서태지에 비견되는가 싶다.

프린스는 상당히 유명한 뮤지션인 듯하다. 서투른 영어로 읽어 보니 내용은 이렇다.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인물(a game­changer)' '음감으로 음악을 돌려놓은 예술가(artist)' '전설적인 팝가수 겸 작곡가(pop singer songwriter)' 고인을 추모하는 극찬의 기사들. 팝뮤직의 문외한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아침이다.

사나흘 전에 미국 대선 뉴욕 주 예비선거가 열렸던 모양이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압승하여 대선 주자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얘기. 시민권자인 안내자는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를 흔든다. 주류 사회에 편입 못된 이민자의 고뇌가 엿보인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는 지지율 1% 미만으로 출마하여 강력한 공화당 후보들을 제쳤다. 국경에 펜스를 치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무례할 정도로 거침없는 발언에 열광하는 유권자의 추종은 어디서 연원하는가.

월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 옆에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취임 선서한 연방 정부 홀이 있고, 지척엔 구릿빛 쇠붙이로 '트럼프 빌딩'이라 과시하는 건물이 치솟았다. 아마도 후문인 듯싶다. 입구 앞 도로엔 다이아몬드 형상의 검누런 조각물이 여러 개 놓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 자체를 브랜드로 성공한 사업가.

또 센트럴 파크 건너편엔 '트럼프 호텔 앤 타워'가 산책객을 압도한다. 그 모퉁이에는 하얀 금속의 지구본이 반짝인다. 맨해튼 거리서 목격한 부동산 재벌의 증빙. 뉴욕 어딘가 3조원짜리 트럼프 타워의 5층엔 선거 캠프가 있다고.

트럼프, 그는 세계의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 대중 영합적인 색채가 짙은 막말에 동조하는 미국민의 본심은 무엇인가. 도도한 흐름에 역류하는 분노의 독설이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가이드의 일그러진 표정이 떠오른다. 그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관계를 언급했다. 트럼프가 어렵던 시절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한인 사회에선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고.

경제 양극화와 청년 실업으로 현실 불만이 커지는 이즈음.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 과연 한국판 트럼프도 등장할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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