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욱 사회부장
최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 화력발전소를 둘러보면서 '아! 이것이 믿음의 출발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소고 발전소는 지난 1967년과 1969년 1,2호기가 가동된 이래 50년동안 발전을 멈춘 적이 없다.

1,2호기는 각각 36년후인 2002년과 40년후인 2009년 새로운 발전설비로 교체돼 현재 각각 60만㎾씩 120만㎾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새로운 발전기를 설치할 당시 일본 대도시 주변 발전소중 최초로 요코하마시와 '공해방지협정'을 체결해 여러가지 환경오염방지설비들이 강화됐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50년동안 가동된 석탄화력발전소내에는 석탄가루 흔적은 물론 먼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최신환경설비를 들여놨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안내를 맡은 직원 이야기에 귀가 쏠렸다.

먼저 똑같은 발전설비가 들어간 신2호기 건물이 신1호기 건물에 비해 현저히 낮고 작은 이유는 인근 LNG발전소 굴뚝에서 배출되는 연기가 제대로 흘러나가게 하기 위해 건물을 낮게 지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신1·2호기가 공동사용하는 굴뚝이 발전소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것은 1·2호기 사이에 위치할 경우 바다건너 약 2㎞떨어진 곳에 있는 산케이엔이라는 일본정원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란다.

산케이엔은 지난 1906년 하라 도미타로라는 부호가 지은 정원으로 일본 중요문화재 건물 12동이 있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문화재적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요코하마시의 요청에 따라 이 정원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으로 굴뚝을 옮겨 지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두가지 모두 업체측으로서는 건설 및 운영비용이 추가 부담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설명을 들으면서 '만약 우리나라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문득 떠올랐다.

아마도 '이웃한 기업의 사정까지 생각해야 되냐, 바다건너 2㎞나 떨어진 곳의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일본정원이 무슨 대수냐'며 자기 입맛대로 발전소를 지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또 민원이 제기되면 적당한 로비로 입막음하거나 편법을 동원해 강행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요코하마시와 이소고 발전소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정도(正道)를 택했고, 세계 최고수준의 환경오염방지체계를 지키기 위한 약속을 지킴으로써 '믿음'을 지켜왔다.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였다.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이들처럼 스스로 약속을 지켜왔더라면 각종 개발사업때마다 끊임없는 반발과 갈등으로 부딪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발과 보존은 불가피하게 대립하는 관계지만 개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을 쌓아간다면 믿음을 나눌 수 있는 출발선에 나란히 설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국가나 기업의 미래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개발계획에 앞서 '국가와 기업의 책무가 무엇인지' 한번만 되돌아 보고 믿음의 씨앗을 뿌린다면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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