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술 동국대학교 농업안전보건센터장

보툴리눔독소증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생성한 강력한 단백질 독소에 의해 발생한다. 이 균의 병원소는 농작물이며, 토양 등에 포자로 존재하며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증식한다. 독소의 체내 유입경로에 따라 식품매개, 창상 및 영아 보툴리눔독소증으로 분류한다. 식품매개 보툴리눔독소증은 포자가 제거 되지 않은 음식을 캔 용기에 포장하면서 밀폐된 환경에서 포자가 발아해 만들어진 독소를 섭취해 발생한다. 창상 보툴리눔독소증은 상처 부위에 병원균이 오염되거나, 오염된 주사액을 투입한 경우에 포자가 발아해 발생하는 경우이다. 영아 보툴리눔독소증은 균이 신체에 들어온 이후 증식하면서 신체 내에서 독소가 만들어진 경우이다.

영아에서 균이 신체에 들어온 이후 체내에서 독소를 생성한 경우 잠복기는 30일이다. 영아가 포자가 든 음식을 먹은 후 내장에서 포자가 발아해 혈류로 독소가 퍼진다. 흡수된 독소량이 적으면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나지만 다량의 독소가 단시간에 흡수되면 호흡부전에 의한 돌연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영아 보툴리눔독소증 환자의 95%에서 변비가 나타나고 점차적으로 팔다리무력증과 함께 수유저하, 근긴장 저하가 심화되면서 목을 가누지 못하고, 울음소리도 약해지며 두개골 신경마비 및 삼킴 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무력증은 대칭적이고 하행성으로 수 시간 혹은 수일에 걸쳐 나타난다. 환자의 95%가 6개월 미만 월령에서 발병하고, 이 시기는 영아돌연사증후군 발생시기와 유사하다. 우리나라 주변국인 일본, 중국, 타이완에서도 영아 보툴리눔독소증 환자가 확인돼됐고 대부분 유럽 국가와 중동, 호주,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도 보고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영아 보툴리눔독소증 환자 발생 보고가 없었지만 인지하기 어려워 영아돌연사증후군 등 다른 질환으로 진단됐을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의 35%가 꿀 섭취 후 발병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발병 원인으로 확인된 식품 중에서는 꿀의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각국의 보건당국은 1세 미만의 영아에게 꿀을 먹이지 않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꿀에 포자가 들어 있으면 영아에서 보툴리눔독소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세 이상 및 청소년과 성인은 독소가 들어가야 하므로 포자가 있는 꿀을 먹어도 괜찮다.

6개월 미만 영아에게 변비, 무기력증, 수유저하, 울음소리 약화, 구역반사 저하, 근긴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영아 보툴리눔독소증을 의심해 의료기관을 되도록 빨리 방문하고, 의료인은 대변 배양검사를 통하여 정확히 진단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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