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보상금 노린 주택 신축…"꼼수 버리고 원칙 지켜야"

▲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예정지인 울진군 북면 고목 2리 마을에 소규모 주택이 밀집돼 건축되고 있다.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예정지인 울진군 북면 고목 2리 마을에 때아닌 소규모 주택 신축 붐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신축 주택은 집의 모양만 갖추고 있을뿐 실제로는 사람이 살지 않으며, 원전 보상을 노린 이른바 '유령 주택'이 대분이다. 한탕 심리가 만들어 낸 마구잡이식 주택 건설은 향후 집단 민원 발생은 물론 보상금 증가에 따른 국세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목 2리 마을은 지금 보상 노린 '꼼수' 극성

평소 전형적인 농촌인 울진군 북면 고목 2리 마을이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에 따른 용지 보상을 앞두고 각종 '보상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3년 60여 가구에 불과했던 시골마을이 2014년 원전 건설사업 시행계획이 공고되면서 현재 220여 가구로 늘었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주택들은 휴양지로 이용하거나 월세를 놓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축주택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않다

이곳에 지어진 기존 노후 주택과 새 주택 모두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이 떨어지면 헐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철거가 예정된 곳에 집을 짓는 이유는 주거나 투자가 아닌 보상을 노린 투기라는 게 주민과 지역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수천만원을 들여 집을 지은 뒤 선행 1,2호기 덕천리 주민들과 같은 이주 마을 입주권과 수익 사업금 등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분 쪼개기' 수법을 통한 속칭 알박기도 의심된다.

대부분의 새집들은 한 필지를 몇 개로 나눠 연면적 50㎡이하로 지어져 있으며, 명의자는 원주민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주택 소유자는 따로 있고 약속된 지분에 따라 보상금을 나눠 갖는다는 소문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택지가 바닥나자 보상 투기꾼들은 인근 논과 밭까지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벼나 밭작물 보다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는 과실수 묘목을 심거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등 작목 변경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고목 2리 한 주민은 "보상금을 두둑이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별의 별 사람들이 돈을 투자해 집을 짓더니 이제는 더 이상 집 지을 땅이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울진군 법규에 발목 잡혀 '모르쇠'-한수원 소송 불사 '법정 대응' 방침

보상을 노린 각종 투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건축 인·허가 권자인 울진군은 손을 놓고 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위장 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지만, 처벌은 전무하다.

엄연한 처벌 규정이 있지만 느슨한 행정 단속으로 인해 위장 전입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군은 매년 1회 주민등록 일제 정리를 실시하지만 고목 2리에서 위장 전입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다. 사실상 단속의 손을 놓으면서 위장 전입을 통해 이사 비용과 같은 '자투리 보상금'을 노린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건축허가를 제한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으로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위장 전입 단속 또한 거주의 자유와 단속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하반기 내에 고목 2리 마을을 대상으로 심층 위장 전입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거액의 보상금 지급 위기에 놓은 한수원은 강경대응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토지나 건물에 대한 보상은 실시계획승인을 기준으로 삼고, 이주대책대상자는 공람공고인 2014년 12월 15일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이주대책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천문학적인 보상금 지출과 또다른 주민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주민에게 환원될 지원금이 엉뚱한 보상금으로 쓰여질 경우 허탈감은 물론 한수원과 주민들간의 신뢰가 크게 손상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신규 주택 소유자들의 무리한 보상요구가 있을 경우 공람공고 날짜를 이주대책 기준일로 본다는 법원 판례를 근거로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형소 기자
김형소 기자 khs@kyongbuk.com

울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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