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이란 자가 목수를 시켜 집을 짓게 했다. 우경은 목수가 집을 너무 높게 짓는다고 지적했다. "새집이라서 벽의 흙이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젖은 흙이 무거워 구부러진 서까래가 흙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서까래가 마를수록 흙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집은 적당히 낮아질 것입니다" 목수의 말에 우경이 반박했다.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나 흙이 마르면 서까래도 마른다. 흙이 마르면 가벼워지고 서까래도 마르면 단단해져 구부러지지 않는다. 쭉 뻗은 서까래로 가벼운 흙을 지탱하니 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목수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어 우경의 말대로 했다. 그 결과 집은 얼마 안 있어 서까래가 부러져 무너지고 말았다. 한비자는 우경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만 옳다고 생각, 고집부리는 사람을 경멸했다.

독수리 한 쌍이 떡갈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 때 두더지가 나타나 말했다. "그 나무는 뿌리가 썩어 곧 쓰러질 것이요. 다른 데로 이사 가는 게 좋겠소" "두더지 따위가 날짐승의 왕인 나의 일에 감히 참견하다니…"독수리는 두더지의 건의를 묵살했다. 며칠 후 사냥에서 돌아온 독수리는 쓰러진 떡갈나무 밑에 아내와 새끼들이 깔려 죽어 있는 참상을 보고 탄식했다. "내 오만과 고집 때문에 이런 참상을 당하다니…"

공자는 매사를 자기 뜻대로 처리하려는 자의(恣意), 억지로 관철시키려고 하는 기필(期必),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 고집(固執), 자기만 생각하는 독존(獨尊) 등 4가지 아집은 금물이라며 경계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아집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송나라 명신인 구양수는 "정치는 병의 치료와 같다"했다. 소문난 명의라도 지어준 약이 효험이 없으면 소용없다. 지어준 약이 효험이 있어야 명의인 것처럼 정치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은 정치인 것이다. 선진화법 직권상정 거부를 끝까지 고집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상시청문회법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켜 자신을 의장으로 만들어준 당과 정부에 타격을 준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정의화 정치행로에 자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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