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처신·처세 화술 능한 반 총장, 대권 의지 확실하면 초심 잃지 말고 밀어 붙여야

오월의 불볕 날씨만큼 반기문(潘基文) 대망론이 정국을 달구고 있다.

과연 그는 차기 대권에 도전을 할 것인가? 언론들이 연일 반기문의 화두(話頭)를 푸는데 머리를 감싸고 있다.

지금까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의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방한한 25일부터 이달 말 출국할 때 까지도 그의 이런 모호성은 계속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모호성(NCND) 화법 때문에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도 많다. 가장 많이 불리는 별명이 반반(半半)과 '기름 바른 장어'(油鰻)다.

반반은 두가지로 해석되어 불리어 진다. 반반(半半)은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는 적당한 처신'을 빗대어 한 말이고 다른 반반(潘半)은 반(潘)기문의 반(半)만큼만 하면 성공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반 총장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유만은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장어처럼 잘 빠져 나간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기름까지 발랐다면 그의 처세 화술은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다. 후자는 기자들이 즐겨 부르는 변명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외국에서도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그를 좋게 보지 않은 미국 외교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는 "반 총장은 너무 무능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다"라고 혹평을 쏟는가 하면 러시아는 친미적인 반 총장을 폄하하는 처사로 외교적 무례에 가까운 대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유엔 사무처 직원들은 "역대 사무총장 가운데 가장 부지런한 총장이며 획기적인 인사제도 실시와 함께 빠듯한 유엔의 살림살이를 절제있게 잘 꾸리고 부패에 관해서는 개혁적인 인물이라"고 호평을 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지난 4·13총선에서 제2당으로 추락한 새누리당으로서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현실에서 반기문 대망론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 총장은 25일 첫 방문지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포럼에서 대권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후 같은 충청 출신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과 만찬장에서 귀엣말을 주고 받는 등 내년 대권을 향한 새누리당과의 긴밀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5일간의 이번 국내 체류기간 동안의 그의 동선이 차기 대권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전 비서실 인사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에 반 총장과 같은 충북 출신의 이원종(제천출신) 전 충북지사를 앉히고 지난 2월에는 반 총장을 지근에서 9년간 집사로 보좌해오다 지난해 10월 외교부로 들어온 윤여철 외교부 의전장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발령을 내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앞으로 반 총장과의 긴밀한 연대를 염두에 둔 인사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반 총장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야권에서도 반총장에 대한 태도를 180도로 돌변해 반 총장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 반 총장도 대권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면 '油鰻'이란 별명에서 벗어나 중국 선종(禪宗)의 무문관(無門關)에 나오는 '大道無門/千差有路/透得此關/乾坤獨步·대도무문/천차유로/투득차관/건곤독보'라는 글귀를 잘 헤아려 운신을 해야 될 것이다.

'큰 삶에는 문이 없어, 길은 천갈래 만갈래, 이 관문 뚫으면, 천지에 우뚝 설 수 있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