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아름답지 않으면 삶이 아름답기 어려워 공동체의 자산 소중히 해야

나는 개인의 삶이 순전히 개인의 삶으로만 이뤄지지 않듯이 한 개인의 행복도 순전히 개인의 행복으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개인의 재산도 순전히 개인의 재산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을 이끄는 여정(旅程)이나 행복이나 재산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와 뗄 수 없다. 물론 개인의 삶이 주변과 시간과 공간적으로 분리되고 독립적이며 개별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순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개인의 삶이란 가족에서부터 동네, 친구,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 군대, 직장, 도시, 모임, 교회, 국가라는 공동체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의 구절처럼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개인의 삶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개인의 삶의 배경이 될 뿐 아니라 개인의 삶을 형성하고 규정하기도 한다. 개인이 재산을 쌓고 명예를 쌓더라도 그의 나라가, 그의 도시가, 그의 동네가, 그의 주변이 가난하고 헐벗으면 그의 삶은 가난하고 헐벗은 것으로 채색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고 명예를 얻으면 더 나은 동네,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곳을 찾아 나선다. 배경이 아름답지 않으면 삶이 아름답기 어렵다. 개인의 삶이 풍요롭고 아름답게 되려면 개인의 삶의 배경인 공동체의 삶도 풍요롭고 아름다워야 한다. 공동체의 삶이 구차하고 팍팍하다면 개인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되더라도 그의 삶이 전체적으로 행복하기는 어렵다.

유럽을 여행하면 아름다운 동네, 도시, 나라와 더불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아름답고 여유 있어 보인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잘 보존된 건물들과 아름다운 도시 경관, 끝없는 길과 철로와 역사적인 여행지들, 자연적인 공원들,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들, 그 한적함과 여유까지 더해져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는 그들이 공동체의 자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간에 누구나 한편으로는-공동체적인 면에서는 부자들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공동체의 자산은 개인의 부를 훨씬 넘어선다. 개인이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미술관과 박물관은 제쳐두고라도 도시의 강과 도로와 공원들을 소유할 수는 없다. 개인의 삶이 풍요롭고 아름답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돈을 긁어모으는 일보다 그가 속한 공동체의 자산인 쾌적한 공원, 시민들에게 개방적인 미술관, 깨끗한 환경 등을 만들고 보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훨씬 나은 일이다.

나는 풍경이라고는 아파트와 상가뿐이며 골목부터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고 큰 도로는 밀리는 차량으로 매연이 가득하며 잠시 거리를 걷다보면 미세먼지로 목이 아프고 어쩌다 공원이라도 있지만 조잡하게 꾸며놓고 주말에 산이라도 찾으면 오고가는 길이 미어터지고 사람들이 무언가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 부자로 살아가는 것보다 깨끗하고 여유 있는 도로,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공원, 도서관, 산과 나무가 가까이 있는 나라의 가난한 시민이 되겠다. 그 곳에서는 가난하더라도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고 어쩌면 가난은 돈보다 자유로운 시간을 선택했다는 뜻하기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곳도 누구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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