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많은 질병의 자연숙주로 등장하고 있다. 자연숙주는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른 동물 및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박쥐가 공수병(광견병)의 자연숙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다양한 질병의 자연숙주라고 밝혀지고 있다.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1967년 발생한 마르부르크 출혈열의 감염원은 우간다에서 수입한 아프리카산 긴꼬리원숭이였지만 원인 바이러스는 마르부르크 바이러스이며, 자연숙주는 과일박쥐이다. 자이레와 수단 남부지역에서 1976년 출현한 에볼라 바이러스도 과일박쥐가 자연숙주이다.

호주 퀸즐랜드 주 헨드라 마을에서 1994년 출혈한 헨드라 바이러스도 자연숙주인 과일박쥐에서 말과 말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됐다. 중국 광둥성 재래시장에서 2002년 출현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 간 전파에 의해 38개국에서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 사향고양이와 너구리같은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파됐다. 자연숙주는 중국관박쥐로 밝혀졌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2012년 중동 지역에서 출현하였고 이집트무덤박쥐에서 낙타를 통해 사람으로 전파됐다고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가 유입돼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이와 같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박쥐에게서 유래했다. 박쥐는 조류나 쥐 종류와 전혀 다른 동물이며, 새처럼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류이다.

박쥐가 바이러스의 집합장이 돼 자연숙주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박쥐는 가축 및 사람과 마찬가지로 포유동물이므로 종간 장벽이 낮아 종간 전파(스필오버)가 되기 쉽다. 포유동물종의 25%가 박쥐종으로 종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다양성이 커서 수많은 바이러스의 서식처 환경이 되므로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도 다양하다. 무리를 지어 살아 박쥐 간 바이러스 전파가 쉽게 이뤄지며, 재결합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박쥐의 수명은 평균 25년 이상 살며, 35년을 사는 종도 있어 사람이나 포유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 박쥐는 바이러스 활동으로 DNA가 손상될 것에 대비해 이를 막거나, 망가진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을 앓거나 잘 죽지 않는다.

박쥐가 여러 바이러스 질환의 자연숙주이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쥐와 접촉을 막아 감염 경로를 차단하거나 박쥐에게서 생존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분리해 새로운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진단과 전파경로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휴전선 부근 박쥐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와 여러 바이러스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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