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주어진 본분하며 살아가 반면 그 몫을 안하는 이도 있어 스스로 밥값했는지 자문해보길

직장인 대부분은 자기만의 기록을 담을 메모장이나 수첩을 갖고 다닌다. 최근에는 핸드폰이 상당부분 그것을 대신하기는 하지만, 각종 약속을 비롯 중요한 일상들이 담겨져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항상 수첩을 호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현장이나 주변에서 듣거나 생각나고 느끼는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한다. 수첩의 크기는 가로 8cm에 세로 16cm, 장수는 30매 정도다. 손에 쏙 들어가는 자그마한 것이다. 그는 취임이후 지금까지 이런 수첩을 41권쯤 썼을 것이라 한다. 시장으로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기 위해 수첩을 바꿀 때마다 반드시 옮겨 적는 글이 있단다.

수첩 맨 앞장에 가장 먼저 기록하는 것은 "오늘 밥값은 했는가?"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이어 "하고자 하는 일을 죽을 각오로 해보았는가"하고 자성을 해 본단다. 그런 다음엔 "바보처럼 꾸준히 가자. 그래야 자신도 살리고 세상도 살릴 수 있다"고 적어두면서 각오와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 아마 권 시장의 그 수첩에 적힌 글귀는 자신에 대한 채찍과 시장이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지, 또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자세로 근무해 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전하고 싶었을 게다.

'밥값' 이야기를 외부로 돌려본다. 지난 4·13총선에서 '찍어 내려보내기'나 '옥새파동'이니 뭐니 해서 정치권이 보인 추태와 기행은 그들에게 "밥값 했나?" 하고 묻고 싶기는커녕, '밥그릇'을 빼앗아 버리고 싶다. 유승민 의원의 컷 아웃이 그렇고 공천 경쟁자도 없이 단독 신청한 주호영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킨 것도 소가 웃을 일이다. 국회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컬러풀 대구축제'가 성공리에 끝났다는 평가다. 그 뒤에는 열심히 노력해준 공무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말이나 휴일도 마다않고 입술이 부르터져 가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본다.

일부 공무원들이기는 하지만 축제가 끝나자 마자 항의시위를 했다. 국가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도 했다. 대구시가 그들을 동원해 수당도 없이 13시간을 강제로 근무시켰다고 했다. 점심시간은 물론 휴식시간조차 주지 않으면서 일을 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그들 가운데 축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문자와 카톡을 주고 받으며 현장을 팽개치고 도망간, 직무유기 공무원들이 있지 않나.

축제 동원으로 인해 인권 침해를 당했고 수당을 추가로 요구하면, 축제때 교통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은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나. 시민들도 그 피해를 금전으로 요구하고 인권위에 제소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산하 공사·공단도 그렇다. 자체 개혁을 추진한다며 참모들에게 의견이나 자문을 구했다가 조직내 반발이 있거나 잘못되면, 시장이나 시장 참모들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세상에는 누구나가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 주어진 본분을 하며 살아간다. 그 몫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도 있다. 스스로에게 "오늘 밥값을 했나?"라고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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