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추격전 안성기, 극 중심 잡으며 열연 탐욕 등 인간의 본성 담아내

▲ 배우 손현주(사진 왼쪽부터), 조진웅, 한예리, 권율, 안성기가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사냥'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으로 돌아오는 배우 안성기(64)는 "동물적 감각을 지닌 사냥꾼을 연기하기 위해 모든 걸 다 던져서 뛰고 또 뛰었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30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사냥'에 대해 "배우로서 피를 끓게 한 시나리오라 고생할 것을 알면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배역과 촬영 뒷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내달 개봉하는 '사냥'은 산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맥을 독차지하려는 정체불명의 엽사들과 이를 우연히 목격한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과 산골 소녀 사이에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통해 탐욕과 죄책감 등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안성기가 극의 중심인 '기성' 역을 맡았고 조진웅이 광기에 물들어가는 엽사 무리의 우두머리 '동근'으로 분해 기성과 대립한다.

한예리는 약간 모자라지만 순박한 산골 소녀로 기성과 함께 엽사들에게 쫓기는 '양순'을, 손현주는 기성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경찰관 '손반장'을,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등으로 주목받은 권율은 엽사들의 자금관리책 '맹실장'을 각각 연기한다.

모범적인 신사 이미지의 '국민배우' 안성기는 15년 전 막장 붕괴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비밀을 간직한 채 사냥에 매진하는 '기성'으로 변신한다.

안성기는 "'기성'은 과거 사고의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는 과거가 있는 인물로 우연히 한 사건을 보게 되고 추격전에 휩쓸린다"며 "산에 오래 머무른 사람이라 인간의 냄새보다는 동물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인간을 초월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했고 그래서 모든 걸 던지고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산속에서 장기간 이뤄진 힘든 촬영 내내 젊은 후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인한 체력과 적응력을 자랑했다. 배우 한예리를 업고 뛰는 장면도 가뿐하게 해내고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가 지쳐 나가떨어진 휴식시간에는 더덕을 캐거나 밤을 주우러 다녔다.

함께 자리한 후배 배우들은 대선배 안성기의 이런 투혼에 감탄과 존경을 보냈다. 조진웅은 "다들 토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안 선배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고 했다.

손현주는 안성기를 두고 "배우가 아니라 실제로 산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사람 같았다.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누구나 다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고, 한예리도 "함께 뛰어다니는 장면이 많은데 안 선배가 너무 강인한 모습이어서 지치려야 지칠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사냥'을 연출한 이우철 감독은 "안성기 씨가 주역 배우 가운데 가장 고령이어서 걱정을 한 것이 허무할 정도였다. 촬영하다 보면 영락없는 심마니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추격 스릴러로 긴박한 액션도 있지만, 드라마 아래에 깔린 각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특히 '기성'이 가진 트라우마 등 감정적 기저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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