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재·파레토·보편성 원칙 무관한 선택 대상 독립으로 유권자의 선호를 통합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동전 던지기나 독재자들이 원하는 의사결정 방식에 반대하기 위해 개인의 선호를 통합하는 절차로서 투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는 '사회적 선택과 불가능성의 정리'라고 명명한 이론에서 유권자의 선호를 통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다. 그의 이론은 어떤 사회적 선택함수도 민주적인 공정성과 이행성을 보증하는 4가지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좋은 투표제도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반독재 원칙, 파레토(Pareto) 원칙, 보편성 원칙, 무관한 선택 대상으로부터의 독립 원칙을 제시했다.

우리는 19대 대선을 1년 6개월여 앞두고 있다. 여당은 지난 총선 패배로 이른바 잠룡들이 내상을 입었다. 그사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고, 야당의 후보도 점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잠룡이 누구든 그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조건이 애로우가 밝힌 민주적인 공정성과 이행성의 조건이다. 좀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우선 반독재 조건이다. 오늘날 투표를 좌지우지하는 독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선호하는지에 상관없이 한 개인의 선호의 순서는 사회적 선호의 순서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헌법상 보장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라 모든 유권자는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동일한 비중의 투표권을 갖기 때문이다.

다음은 파레토 효율성 조건이다. 이 조건은 만일 누구나 다른 사람을 대체하여 한 사람을 선호한다면 사회적 선택절차가 그 순서를 정확하게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모든 유권자들이 A후보에 비해 M후보를, M후보에 비해 B후보를 선호한다면, 이 공동체는 A후보 보다는 M후보, M후보 보다는 B후보를 선호해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행성이라는 제약 때문에 만약 A 혹은 M후보와 B후보에 대한 모든 유권자의 선호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A 혹은 M후보와 B후보에 대한 공동체의 선호도 변하지 않는다. 어떤 원칙이 유권자를 가장 잘 설득할 수 있을지 잠룡들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어서 보편성 조건이다. 이 원칙은 사회적 선택절차는 개인의 선호 순서의 어떤 가능성 있는 집합과도 함께 작동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각 정당 혹은 잠룡들은 복지, 외교안보, 경제, 교육, 기타 정치쟁점 등에 대해 어떤 공약이 가장 유권자의 선택에 좋은 선호순서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앞으로 전개될 대선판을 읽는 잠룡들의 수 싸움이 필요한 영역이다.

마지막 조건은 무관계한 대체로부터 독립된 선호의 구성이다. 이것은 무관한 새로운 대체제의 투입이 다른 대체제의 상대적 순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각 잠룡과 그들의 진영은 상대방을 뒤엎을 한방을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꿈은 빨리 접는 게 좋다. 애로우가 갈파한 대로 이질적인 한방을 선호의 구성 요소로 편입시킨다면 우리 유권자들은 너무도 현명하기 때문에 결코 그를 우리의 지도자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미래 5년을 책임지기 위해서 용꿈을 꾸는 자는 누구든지 유권자를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정제된 최고의 정책을 조합하고 남은 기간 동안 이를 광고해 유권자들로부터 판단 받아야 한다. 이것이 가장 공정한 정치게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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