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적인 대책 마련보다 실질적인 감염 예방책 세워 메르스 사태 교훈 되새겨야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첫 메르스 확진판정 환자가 나온 지난해 5월 20일부터 보건당국이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한 12월 23일까지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혼돈과 무기력, 그 자체였다.

돌이켜보면 메르스는 가히 위력적이었다. 감염자 수가 186명에 이르고 1만6천여명이 격리되는가 하면, 총 사망자 수가 38명으로 치사율 20.4%를 기록하는 등 한마디로 국가적 재앙 수준이었다. 이러한 메르스 재앙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에 대한 인식부족과 전염병에 대한 취약한 병원시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병문안 문화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원인들이 어디까지 개선됐고, 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놀란 보건당국은 부랴부랴 병원 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 감염관리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렸다. 또한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법령 개정에도 나섰고, 건강보험 수가인 '감염예방 관리료'를 신설하고 구체적인 급여기준 마련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지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제시된 수가가 전담인력 인건비 충당 정도에 그칠 뿐, 감염관리 활동에 드는 제반비용을 감당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는 의료기관 시설 기준을 변경하는 법령자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300병상 이상 병원에 대해 1개 이상의 음압격리실을 두게 하고, 100병상 증가 시 1개의 음압격리실을 추가토록 하며, 병실 및 응급실의 병상 간격을 1.5m에서 2m 간격을 유지하게 한 것은 기존 병원의 경우 개축 내지 증축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병원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현실 고려가 충분하지 못한 행정편의적인 대책 마련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바뀌지 않은 병문안 행태다. 보건당국은 물론이고 대형병원, 여기에 시민단체까지 나서 병문안 문화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입원실은 여전히 환자들의 문병객들로 북적이고, 환자방문 기록 관리 역시 너무도 소홀하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는 걸 보면 실질적인 병문안 행태는 그다지 바뀐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는 등 관련 제도의 정비와 강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의 냄비근성과 예방·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고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법적 제재와 같은 법령 개·제정은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결코 아닐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해 또 다른 사태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다.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가 지카바이러스 감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5명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아직은 국내에서 감염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무작정 안심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메르스에서 얻은 교훈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고, 이에 만전을 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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