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정치게임 배제하고 국가이익 관점서 결정해야

이달 말이면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이 발표된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제1차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결과가 무산되고 난 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을 지낸 부산 출신 A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A씨는 가덕도가 바라 보이는 횟집에서 1시간여에 걸쳐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함께 합석한 우리 일행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가덕도는 공항을 건설할 입지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을 벤치마킹해 건설을 하려고 한 것인데 수심이 가덕도보다 얕은 간사이 공항도 건설비가 너무 많이 들어 1993년 개항 후 10년 동안 2천억엔(2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습니다. 이에 비해 가덕도는 수심이 15m 이상으로 깊은데다 밑바닥에 펄이 수십m나 쌓여 있어 난공사로 비용도 밀양에 비해 배 이상 많이 들어 갑니다. 아마 개항을 하고 나면 적자가 엄청나게 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또 "영남권 신공항은 이름 그대로 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지역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영남권 총인구 1천250만명이 주로 사용할 공항인데 인구 350만명인 부산시가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을 가지고 여타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외고집을 부리면 옳지 않은 일입니다."

A씨의 말대로 바다를 메워 인공섬을 만드는 것과 맨땅에다 활주로를 만드는 것은 토목공학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어느 쪽에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지 알 수가 있다. 부산시 쪽은 밀양의 입지 조건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수십개의 산봉우리를 깍아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억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2008년부터 영남권신공항에 대해 연구를 해 온 송기옥 박사(경남발전연구원)는 최근 "부산시 쪽에서 밀양에 신공항을 설치할 경우 산봉우리를 27개나 깎아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국토부가 제시한 항공학적 운항 통로상의 안전을 준수할 경우 봉우리 4개의 일부만 깍아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송 박사는 또 공사비도 밀양에 설치할 경우 활주로 2개 건설비가 4조8천억원이 소요되는데 비해 가덕도는 활주로를 1개로 설계할 경우에도 공사비가 무려 5조9천900원이나 든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신공항 문제가 정치게임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면 밀양쪽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하면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기 때문에 가덕도로 신공항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시장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부산시가 자칫 정치게임으로 몰고 갈 우려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1일 김해공항가덕이전추진단과 부산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하고 2일에는 부산 서면에서 신공항 유치를 위한 대규모 촛불문화제까지 가졌다. 부산시민들이 왜 이렇게 요란을 떨고 있을까. 아마도 이들 배후에는 가덕도 유치가 무산될 경우 자리보전이 어려운 사람들의 부채질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만에 하나 이것이 사실이면 이런 부류들은 국익보다는 사익을 앞세우고 나의 조그만 이득을 위해 국민들을 이간시키고 분열의 소지를 만들어 내는 소인배 정치인들이 아닐 수가 없다. 논어에 "군자는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부화뇌동을 하지 않으나 소인배는 부화뇌동하되 화합하지 못한다"고 했다. 모두들 참고해야 될 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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