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갖춘 문화도시 위해 시세에 걸맞는 지원으로 '문화도시 포항' 가꿔가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편의 시 창작을 위해 잠을 못 이루었다만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작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는 것에 자위하면서 스스로 만족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하나, 결론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이고, 내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더라도 널리 알리는 데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질적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울산 남구청에서 후원하는 '2016 울산고래축제'에 다녀온 후였다. 인구 53만이 넘는다는 포항지역 문학판에서 나름대로 질 높은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회원들과 논의하면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백일장, 그리고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을 발간해 아닌 게 아니라 포항이니까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인정을 받아왔다.

문학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회원 작품을 모은 작품집은 그 지역의 품격을 보여주는 색깔이고, 멋이고, 향기다. 지역 문학판에서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포항문학'이란 책이다. 갖고 싶고, 보관하고 싶은 책을 만드는 일은 더욱 힘들고, 열정을 쏟아야 한다.

2년 전이었다.

전국 지자체 문인 대표들이 모이는 강원도 삼척에서 참석자들에게 '포항문학'을 한 권씩 전했다. '포항문학'을 넘겨본 사람들이 중앙 문예지 같다며 어떻게 이렇게 멋진 책을 내느냐고 칭찬을 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포항엔 포스코 같은 기업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하였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300쪽 이상의 책 한 권을 발간하려면 최저 1천500만원 이상의 돈이 있어야 한다. 2015년도 '포항문학'을 발간할 땐 경영이 어렵다는 포스코에 홍보 의뢰를 하지 않고 책을 발간했다.

울산 남구청에서 후원하는 고래탐사선에서 선상시낭송회를 마친 저녁, 동해를 곁에 두고 있는 영남지역 부산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경주문인협회, 포항문인협회 회원 대표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였다. 각 지자체 단체에서 문학에 후원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부산은 매월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사무실에 상근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세 명이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을 부산시가 지원하고 있고 분과별로 별도의 책을 후원 발간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 역시 계간으로 연 4회 책을 발간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학행사를 시에서 후원하며 고래축제 문학행사 지원비만 3천만원이라고 했다. 포항보다 인구가 적은 경주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이미 그곳은 동리, 목월의 선배 문인들이 깔아놓은 문향 깊은 문화 사랑으로 포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 예산이 문학판에 지원되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회원들 스스로 심사료를 절약하고, 원고료를 책으로 대신 주면서 발간하고 있는 '포항문학'의 현주소를 포항시의원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공무원들이 알게 된다면…. 수치스럽지만 당당하게 알리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는 일이 앞으로의 지역문학 발전을 위해 옳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포항문학'에 포항시가 지원하는 금액은 연간 500만원이다. 53만 인구에 걸맞도록 연간 2회 '포항문학'을 발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마이크를 잡고 '문화', '문화도시'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체면이 조금 설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 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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