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족상·속설까지 유사

▲ 영천 만불사에 있는 황동 와불상.
▲ 일본 후쿠오카 남장원 절에 있는 대형 청동 와불상.
▲ 영천 만불사 황동 와불상의 족상.
영천 만불산의 만불사(萬佛寺)는 우리나라에서 불상이 가장 많은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

크고 작은 불상들이 여기저기 있는 데, 그중 으뜸이 황동으로 만든 대형 와불로 보인다. 탑 모양의 범종각 뒤쪽 언덕배기에 머리를 좌로 하고 옆으로 누워있다.

길이 13m, 높이 3.5m, 무게 10t, 보통사람의 9배 이상 되는 큰 불상이다.

세계 최초로 황동으로 지난 2000년에 봉안된 국내 최대 와불상(臥佛相)이라고 한다.

이 모양은 석가모니가 열반할 때 모습으로 얼굴은 서쪽에 두고, 오른 팔을 굽혀 손으로 머리를 괴고, 두 다리를 포개어 나란히 뻗어 누워있는 형상이다.

발바닥에는 '천폭륜상(千幅輪相)'이라는 족상(足相)이 있는 데, 천개의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라고 한다.

모든 진리를 깨우친 정각자의 발바닥처럼 무량겁(無量劫)의 지혜를 상징한 것으로 '끊임없이 불도에 정진하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발바닥을 쓰다듬고 소원을 빌면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업장(業障)이 소멸되고 공덕이 이뤄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절을 찾아온다.

일본 3대 영지순례지로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후꾸호까 '남장원(南藏院)'절을 방문해 대형 청동(靑銅) 와불상을 본적이 있다.

이 와불상은 길이 41미터, 높이 11미터, 무게가 300여 톤으로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이 만불사의 와불상과 흡사하다.

미얀마 불교계에서 선물로 받은 석가모니를 포함한 세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보관하기 위해 1995년 이 불상이 봉안됐다고 한다.

발바닥에 있는 족상까지 만불사 와불과 닮았고, 이를 문지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까지 유사하다. 한술 더 떠, 발바닥에 동전을 부치면 운과 재물이 생긴다고까지 알려져 있다.

또 불상의 왼손에 색줄을 묶어 늘어트려 놓고, 이를 잡고 빌면 부처님과 마음이 통해 잘 이루어진다고 전해져 발바닥을 만지고 색줄을 흔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 2월 영천 만불사 와불이 충북 충주호(忠州湖)에서 열린 방생 법회에 이운(移運)됐다.

10톤이나 되는 무거운 불상의 이동이 쉽지 않지만 그쪽 지방 신도들의 요청으로 특수 운송장비에 실려 충주에 옮겨졌다.

만불사 와불은 장비에 실린 채 일주일간 수천 명의 불자들의 예불을 받았다.

만불보전의 안(安)보살은 "와불의 이운 법회는 처음 있는 일로 그 과정은 눈 내리는 추운 날씨에 실로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서로 닮은 청·황동 두 와불을 보았지만 누운 채로 재물과 길운에 영험하다는 일본의 남장원 불상 보다 수 백리 길을 이동해 불가 방생을 참관하고 많은 중생을 보듬어 준 만불사 부처님이 어쩐지 정이 더 가고 넉넉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 만불사 와불은 머리, 오른팔과 발을 빼고는 모두 황금색 천으로 앞이 가려져있다. 몸을 가린 내막은 잘 모르지만 부처님의 마음이 사바(娑婆)에 넉넉히 전달되지 못할 것만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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