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고강도 경영쇄신 올해 35개 계열사 매각·청산 건설업계, 해외시장 다변화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조선·해운 기업들이 구조조정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석유화학(유화), 철강, 건설 등 구조조정이 거론되는 다른 업종도 자발적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조선이나 해운처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품목의 공급과잉을 그대로 둘 경우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석유화학 부문 업종 상위권의 상장사들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는 등 외형 성적표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테레프탈산(TPA) 등 일부 품목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자 자발적인 감산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업체 중에는 공장 가동중단을 검토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PA는 대표적인 범용 수지라 중국 업체들의 투자가 많았던 품목이다. TPA는 폴리에스터(섬유), 페트병(PET),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로, 국내에선 한화(200만t), 삼남석유화학(150만t), 태광(100만t), 롯데케미칼(60만t) 등이 생산한다.

다만 정부가 일률적으로 감산 지시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유화공정의 특성상 투입되는 고정비가 일정하므로 30~40%씩 강제 감산을 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품목의 설비매각도 이뤄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4일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염소·가성소다(CA) 공장을 전문 화학업체 유니드에 매각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CA가 공급과잉 조짐을 보이면서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한 것이다.

철강업계도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굵직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조선·해운업보다는 여유 있는 상황이지만 이참에 부실을 확실하게 털어내고 가겠다는 분위기는 업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마침 오는 8월부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지금이 추가로 세부 구조조정을 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구조조정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작성할 업체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을 선정했다.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원샷법'의 적용 여부를 자체 판단해 나갈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몇 년간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강도 높게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오고 있다.

철강업계의 맏형 격인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고강도 경영쇄신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했으며 올해도 35개의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공장 철근 라인을 폐쇄하는 등 자동차 강판 같은 수익성 높은 분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한 동국제강도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샷법이 시행되면 인수·합병(M&A) 관련 규제와 절차가 완화돼 사업 구조조정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건설업계에서도 자발적인 구조조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혹독한 불황기를 지나면서 사실상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친 건설업계는 지난해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활력을 되찾는 듯 했지만, 저유가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우리 해외건설 시장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산유국들이 지난해부터 사실상 발주를 중단하면서 해외건설 수주액이 급감했다.

지난해 중동에서 진행되던 사업 발주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우리 기업의 플랜트 수주액은 264억9천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60%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전년도 플랜트 수주액 517억2천만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당분간 해외건설 불경기가 예상되는 만큼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지나치게 중동시장에 의존했던 해외건설 시장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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