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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키즈' 박인비, 살아있는 전설이 되다

통산 17승으로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확정 65년 역사상 25명뿐…한국 女 골프 2번째 쾌거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6년06월08일 21시06분  
1998년 7월 7일 초등학교 6학년 박인비 어린이는 아버지 옆에서 TV 골프 중계를 보고 있었다.

당시 스무 살 박세리가 US여자오픈골프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박인비 어린이는 "아빠, 나도 골프 할래"라고 말했다.

'세리 키즈'의 간판 주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박세리(39·하나금융)는 지난 2007년 6월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했다.

한국 선수, 그리고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9년이 지난 오는 10일 박인비(28·KB금융)도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 그리고 아시아 선수로도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기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1951년 패티 버그, 베티 제임슨, 루이스 석스, 베이브 자하리아스 등 LPGA투어 창립 멤버 4명이 한꺼번에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이래 박인비는 25번째 회원이다.

65년 동안 25명이니 희소성이 대단하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 신규 입회자는 2007년 박세리 이후 10년 동안 없었다. 그만큼 입회가 어렵다. 더구나 25명 가운데 박세리나 박인비처럼 투어에서 거둔 성적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이는 21명 뿐이다.

LPGA투어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배우 출신 골프 애호가 다이나 쇼어는 1994년 선수가 아니면서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유일한 인물이다.

주디 랭킨, 도나 카포니, 말린 해지 등 3명은 은퇴한 뒤에 투어에 기여한 바가 많다는 이유로 투표를 통해 입회했다.

명예의 전당 문턱이 높은 이유는 웬만한 여자 선수가 달성하기 힘든 기준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먼저 포인트 27점을 쌓아야 한다. 포인트는 대회 우승 한번에 1점씩 부여한다. 메이저대회는 2점을 준다. 시즌 최저 평균타수를 기록하면 주는 베어트로피나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도 1점을 준다.

27점을 다 쌓아도 두가지 조건이 더 있다. 반드시 메이저대회 우승이나 베어 트로피, 올해의 선수상 가운데 하나는 수상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10년 동안 투어에서 활동해야 한다. 단순히 우승을 많이 한 선수가 아니라 역대 최고급 선수라야만, 그리고 한두해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오래도록 투어에서 살아남아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이 10년 투어 활동 조건을 채우지 못했고 쩡야니(대만)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오지 못했다.

박세리는 선구자였다. 명예의 전당 뿐 아니라 골프에서는 대개 뭐든지 한국인 최초였다.

1998년 LPGA챔피언십을 제패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LPGA투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 처음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했고 브리티시여자오픈 한국인 첫 우승 역시 박세리 몫이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베어트로피를 받았다.

박인비에게 박세리는 골프 선수로서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등대였다.

박세리가 갔던 길을 따라 걸었다.

박인비는 "어릴 때부터 박세리 언니를 보면서 같은 길을 걷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0년 동안 박인비가 쌓아올린 업적은 따지고 보면 박세리가 세운 이정표를 보고 걸었던 결과인 셈이다.

박인비의 오늘은 박세리라는 거인(巨人)의 어깨 위에서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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