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는 갈수록 깊어지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만 혈안난세 헤쳐 나갈 지혜 모아야

지난 5일 세계의 이목이 스위스로 몰렸다.

이날 스위스에서는 모든 성인 국민에게 평생동안 매달 2천500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돼 그 결과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결과는 국민 77%의 반대로 부결됐다.

스위스 민간단체가 추진해온 " '원대한 이상'이 국민들의 냉정한 '현실판단'의 벽을 뛰어넘지를 못했다"는 서방 언론들의 평가가 잇따랐다. 역시 세계 제1의 선진국민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본소득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필자로선 아무리 생각해도 찬성쪽에 70% 이상의 국민들이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생각으로 기우는가 하는 문제는 작금의 우리나라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날로 깊어지는 경기침체 속에 경제계는 수많은 좀비기업들이 속출하고 언제 무너질 줄 모르는 빚투성이 양대 해운회사에다 천문학적인 적자누적으로 바닷속으로 깔아 앉는 빅3 조선업체들-이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에 대한 불안감 등이 뒤엉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왕좌왕하던 정부가 뒤늦게 조선 3사를 살린다고 국민세금 12조원을 지원키로 하고 여기에다 8만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회생 대책안이라는 것을 내어 놓았다.

정치권은 어떠한가.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가 개원도 하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뒤엉켜 아까운 세월을 허비하다 법정시한을 넘기고 국민들의 눈살에 겨우 원 구성에 합의를 했다. 여기에다 오만과 교만과 안하무인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가안위는 무시한 채 미국의 한반도 사드 설치는 절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어떤 의원은 한술 더 떠 "외교부를 없애고 사드를 배치하라"는 정부의 국방 정책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들 말대로 하면 우리는 김정은에게 달려가 먼저 손을 내밀고 북한의 핵 공격에는 맨손으로 방어를 해야 될 형편이다. 이들의 국가관이 무엇인지 묻고싶다.

사회적으로는 어떠한가.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짐승같은 짓거리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전남 신안군에서 학부형과 주민 등 3명이 20대 초등학교 여교사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 가운데 2명은 피해 여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의 학부모들이라는데 더욱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머리 검다고 모두 인간이라고 할 수가 있는냐'는 옛 어른들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이달 초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에 끼여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김모 군(19)의 죽음은 우리사회의 갑질에 희생된 대표적인 한 사례다. 월급 144만원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닌 김군의 사연을 들어보면 과연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열심히 살려는 우리 젊은이들이 버티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당(唐) 태종의 언행록인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글귀를 위정자와 있는자 들은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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