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자살은 총알 쏘는 범죄 무고한 타인 고통 생각해서 자살자는 '악업' 쌓지 말아야

최근 가족들과 함께 귀가하던 한 남성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20대 투신자살자에게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충격당해 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남성은 공무원으로 늦은 퇴근길에 마중 나온 임신한 아내와 나이 어린 자녀와 함께 막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던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인 가장의 뜻밖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만삭의 아내와 어린 자녀가 받았을 고통을 깊이 동정했다.

나는 아내로부터 이 사건을 처음 듣고 아주 오래 전에 미국의 유명한 카운슬러인 앤 랜더스의 칼럼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젊은 여성이 거리를 걸어가다가 도심의 빌딩에서 투신자살하는 남성에게 부딪혀 그 자리에서 사망한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앤 랜더스에게 보낸 편지 글이었다. 그 어머니는 딸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직장을 얻어 의욕에 가득 찬 사회생활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투신 자살자에게 부딪히면서 딸의 앞날이 모두 사라져 버렸음을 비통해 했다. 그 어머니는 평화롭게 거리를 걸어가던 딸이 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의 자살에 희생돼야 하는지 반문했다. 그 어머니는 건물에서 투신자살하는 것은 자신의 자살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행인에게 총알을 쏘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자살시도자들은 비록 자살이라는 절박한 순간에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보다 안전한 자살 방법'을 찾기를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나 있다.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제3자가 무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살 자체가 아니라 자살 '행위'가 직접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침해한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느 중견 판사가 여러 가지 일로 우울증에 걸린 나머지 자살까지 시도하게 되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자살을 앞두고 여러 가지 자살 방법에 대해 생각하였다. 처음에는 판사로서 자살한 것이 드러나면 다른 판사들의 명예에 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사고처럼 보이는 방법을 찾았다.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을 떠올렸으나 잘못되면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배제했다. 그는 집 안 욕실 벽 고리에 줄을 걸어 목을 매기도 했으나 다행히 고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자살에 실패했다. 그 후로도 자살을 준비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돌아가신 어머니, 오랜 친구들, 남은 가족들을 떠올리고 자살 유혹에서 벗어났다. 그는 이어 휴직을 하고 마음의 수양과 정신과 치료를 받고 마침내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한다.

알바레즈의 책 '자살의 연구'에는 "자신의 죽는 방식을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선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스로 목매달아 죽기로 결심한 사람은 결코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죽는 방식이 좀 더 세련되고 고통이 없는 것일수록 그 실패율은 더욱 커진다"는 구절이 나온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자살 방법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는 최소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악업(惡業)을 쌓는 일을 덜어내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자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게 돼 어쩌면 그것은 어느 판사의 경우처럼 자살로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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