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먹거리·포토존 등 인기 지나친 음주·주차문제 해결해 밤 문화 대표 상품으로 성장하길

최근 고도 경주에는 조금 낯선 모습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경주시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수원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수천 명에 이르는 이들의 이주로 인구 늘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경주시의 반색하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다. 지역 경기 활성화는 물론 천년고도 경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널리 알리는 역할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고도 시민으로서 몇 달을 살아 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밤 문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매년 1천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지만, 밤 만 되면 마땅히 즐길만한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관광도시에서 살아 온 시민들도 밤을 즐길 만한 관광 상품을 언뜻 소개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경주에 관광객들이 잠시나마 머무르면서 즐길 수 있는 야(夜)시장이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최근 야시장이 탄생하면서 관광도시 경주의 밤 문화에도 조그마한 변화가 일고 있다.

중앙시장 입구 아케이드 통로에 마련된 야시장에는 다양한 음식을 조리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꾸민 20여 개의 판매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판매대는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한옥형으로 만든, 종사자들의 꿈을 펼치는 예쁜 개인 점포다. 점포마다 쌀국수와 쌈, 케밥, 수제순대, 꼬치 등 각기 다른 다양한 먹거리가 풍성하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비치한 테이블도 눈에 띈다. 이 테이블은 낮에는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는 좌판이지만 밤만 되면 변신을 하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야시장 곳곳에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모습의 각종 조형물과 포토존, 벽화, LED경관조명도 설치돼 분위기를 띄운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선 가수들이 은은한 기타연주와 예쁜 목소리로 야시장의 운치를 더해준다. 이처럼 매일 밤 수천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쇼핑은 물론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낭만적인 공연을 즐기려 몰려들고 있다.

중앙시장 야시장이 관광도시 경주의 새로운 야간관광 상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다.

그러나 관광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경주의 대표 야간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지나친 음주문화로 인한 소란행위와 흡연문화를 자제시키지 못한다면, 방문객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 관광객과 청소년들에게 야시장 문화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매일 밤 홍역을 치르고 있는 주차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운영 초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과거 경주지역에 만연한 불법 포장마차의 영업 행태로 전락 할 수도 있다.

경주는 신라의 찬란한 문화와 천년의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도시다.

관광객들이 스쳐가는 곳이 아닌 머무르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야시장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시장 문화가 주요 사적지의 아름다운 경관조명과 함께 경주의 밤 문화를 대표할 상품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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