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학률·취업률 보다 본연의 교육 기능에 맞춰서 구조조정해야 대학이 산다

대학의 구성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오늘 우리 대학을 둘러싼 외부환경으로부터 교수와 교직원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이미 건강을 해칠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부 정책에 휘둘려 교수 본연의 의무인 연구와 수업 준비는 뒤로한 채 국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다 낭비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재학률과 취업률로 대학이 평가되고 교수가 평가되는 현실 때문이다.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에게 한국 대학교육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평가하라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젠가 모 대학 교수는 자신의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교과서를 준비하지 않는다면서 리포트에 교재를 구입한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해서 뉴스거리가 됐던 적이 있다. 이뿐인가. 이미 졸업한 학생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려 취업을 강권해야 하는 게 오늘 우리 교수들의 현실이다. 대학 문제가 비단 취업률이나 재학률 문제만은 아니다. 교과서가 준비되지 않은 교실, 수업 시간에 휴대폰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이 가득한 교실에서 과연 취업과 직결되는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까. 정규수업 시간에 취업특강을 해야 하고 본질적인 교육에 투자해야 할 등록금을 취업 캠프에 쏟아붓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암담하다. 취업률 지표 대신 교수의 수준 높은 학문성과가 대학 평가로 들어오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고 빛 좋은 개살구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학생들의 대학 진학 목적이 직업(취업·보수·승진)이라는 거의 유일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탓에 대학에서는 낮은 학업성취도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부풀려진 학력인플레에 성취도가 낮은 '먹고 대학생'을 남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적 낭비인데, 여기에 취업률 압박까지 더해졌으니 실질적인 교육의 기대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교육부 스스로가 대학교육에 대한 초과 수요를 촉발해 부실한 대학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를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는 기대심리만 높여 놓았고 정상적인 직업조차 3D업종으로 전락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 상황에서 교육부는 입학정원 축소만이 대학 구조조정이라고 강변한다. 자승자박한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정책실패로 비판받아야 할 터인데 그 방법 혹은 지표 또한 교육의 본질과는 멀다. 그러므로 필자는 대학구조조정을 하되 그 지표를 대학 본연의 기능에 맞추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대학은 어떠해야 하는가. 교수들이 스스로의 전공에 대한 깊은 학문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후속세대인 제자들에게 충실히 전수해주면 그들은 졸업 후 인력시장(취업전선)에서 충분히 직업을 찾을 것이며 제대로 대우를 받을 것이다. 진짜 교육을 하지 않고 이력서작성 특강을 하고, 자기소개서 작성법과 면접특강을 해야 하는 오늘날 대학의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 대학의 미래는 없다. 정부는 바야흐로 교육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능력이 기업에 이미 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역전 현상이 재역전 되지 않는 한 앞으로 남아 있을 대학이 몇이나 될지 자못 궁금하다. 교수들이 연구실을 지키도록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이것이 대학을 살리는 길임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 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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