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품 내세운 빵 수두룩 팔고 사는 매장 외 전략 세워야

▲ 에그타르트빵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관람객.
경주는 신라 천 년의 유적 도시이지만, 빵들의 도시이다. 시내에 들어서면 빵집 간판들이 촘촘히 이어져 있다. 경주의 명물이 된 '황남빵'을 시작으로 '경주빵' 그리고 '찰보리빵' 가게가 생기더니, 지금은 아예 이 두 빵이 한 지붕 아래서 동거하며 황남동 유적지 주변에 많이 들어서 있다. 그 외에도 경주의 특산품을 내세운 여러 빵들이 있다. 월지에서 출토된 주사위 모양의 '주령구빵', 신라첨성대를 본뜬 '첨성호두빵', 신라인의 미소인 얼굴무늬 수막새를 본떠 만든 '신라미소빵', 경주 문복산에서 자생하는 곤달비 산나물로 만든 '곤달비빵' 등이 있다.

최근에는 '최영화빵'이 황남빵에서 독립해 나왔다. 황남빵을 1939년 처음 만든 고 최영화 씨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이다. 황남빵, 경주빵, 최영화빵은 같은 혈통인데 한 가문의 빵이 두 갈래로 갈라지더니, 다시 또 원조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손자가 세 번째 살림을 차린 셈이다. 이렇듯 경주바닥에서 여러 종의 빵들이 힘을 겨루고 있다. 빵들의 경쟁은 그들 간의 일이지만 문제는 관광객들의 입장에서 어느 빵이 좋은지, 어느 것을 골라 선물로 사 갈 것인지 혼란스럽다. 이것이 관광의 도시 경주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다. 유럽 여행 때 포르투갈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 옆에 있는 '에그 타르트빵' 본점을 들렀다. 아름다운 리스본 항구에 있는 원조공장 앞에는 뜨거운 태양에도 아랑곳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에그 타르트빵'을 사먹기 위해 이 원조가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빵 모양이 경주에 있는 빵처럼 둥글고, 또 한 가문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적인 빵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갔다. 빵 한 개에 1.05유로(약 1천500원)로 4~5개씩 접시 또는 봉투에 담아준다. 오렌지 색깔로 겉은 바삭바삭, 속은 말랑말랑 달걀 노른자위로 만든 빵이다. 에그크림이 발라져 있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게 별미이다.

에그 타르트빵은 원래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수도원에서 많은 수녀들 옷에 풀을 먹이기 위해 해마다 수천 개의 계란 흰자위를 사용하면서, 버리는 노른자위를 재료로 하여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 제조기술이 수도원 근처 설탕 정제공장 측이 인수를 하게 되고, 이 공장에서 1837년부터 문을 열어 180여 년 동안 그 후손들이 대를 이어 당시의 제조 비법대로 만들고 있다. 그 비법은 공장주인과 가족 핵심요원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특히 빵을 먹으면서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빵 역사관과 쉼터)이 마련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빵가게 이름은 '파스데이스데 벨렘(pasteis de belem)'이다.

이처럼 요즘 좋은 빵가게들은 빵을 팔고 사는 단순한 매장에서 먹고, 마시고, 쉬는 휴식공간 형태로 변신하고 있다. 경주지역 빵집들도 좀 더 좋은 맛과 환경, 판매 매너를 통하여 관광객이 찾아오게 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경주가 세계로' 향하듯 경주지역 빵도 세계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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