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관객 = 자크 랑시에르 지음. 양창렬 옮김.

관객은 항상 연출자나 감독이 의도한 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일까. 플라톤은 연극의 관객이 능동적 행위자가 아니고 무대가 숨기는 현실에도 무지하다고 말했다.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는 관객의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예술 창작자와 소비자가 이렇게 불평등한 관계라는 인식에 전환을 촉구한다.

저자가 보기에 관객은 거리를 둔 구경꾼인 동시에 능동적 해석가다. 관객은 관찰·비교·해석하며 다른 무대와 다른 장소에서 본 것들과 연결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능동적 창작자와 수동적 관객'이라는 구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관객의 해방은 목표가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의는 저자가 초기작 '무지한 스승'(1987)에서 제기한 지적 평등과 해방이라는 화두를 예술의 영역에까지 던진 것으로 읽힌다. '무지한 스승'에서는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지적 능력이 평등하며, 진정한 스승은 앎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가 스스로 해방되도록 돕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해방된 관객'은 파리 8대학 명예교수인 저자가 2004∼2008년 발표한 글들을 엮은 것이다.

현실문화. 256쪽. 1만8천원.



△인간의 증명 = 정석화 지음.

전작 '춤추는 집'으로 2014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은 정석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 역시 추리소설로 '추억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증명' 시리즈 3부작을 기획해 앞으로 '비인간의 증명-욕망이 완성되는 시간', '짐승의 증명-상처가 깊어지는 시간'을 펴낼 계획이다.

이번 소설에는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이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를 주제로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경찰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혼부부가 타고 가던 웨딩카가 사고를 당한다. 의식을 잃고 죽어가던 신부는 극적으로 살아난다. 여자는 그로부터 7년 후 다시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그곳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여자는 다른 남자의 여자가 돼 있다. 그 남자는 서울지방경찰청 보안4과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감춰졌던 인물들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어둠 속 조직인 '이즈'의 실체와 보안4과의 진짜 목적도 드러난다.

한스미디어. 480쪽. 1만3천800원.



△열흘간의 낯선 바람 = 김선영 지음.

청소년문학 작가 김선영의 새 장편소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초록여신'으로 통하던 고등학교 1학년생 '송이든'이 현실 세계의 첫사랑 상대에게서 상처를 받고 엄마의 제안으로 낯선 몽골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SNS를 일상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만 존재의 의미를 찾던 이들이 오프라인 여행을 하며 처음엔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지만 조금씩 서로의 진짜 내면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자음과모음. 228쪽. 1만1천원.



△플레이 볼 =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야구밖에 모르는 소년 '동구'와 구천초등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를 그린 초등학교 고학년용 동화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변변치 못한 성적을 내던 구천초등학교 야구부에 새 감독님이 부임하면서 팀이 달라진다. 야구부의 4번 타자이자 주전 투수인 동구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하며 내일을 준비하지만, 아빠는 동구에게 프로야구 선수가 될 가능성이 없으니 야구를 그만두라고 다그친다. 갈등하던 동구는 야구 안에서 그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한겨레아이들. 188쪽. 1만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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