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노인폭행 사회문제화 노인들 마음 놓고 활동하도록 환경 조성에 정책적 지원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명작 '노인과 바다'에서 처절한 고독속에서 고기와 싸우는 과정에서 해밍웨이는 "사람은 나이를 먹었다고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심성이 많아질 뿐이다"고 이야기한다.

나이를 먹은 노인네들은 이 같이 매사에 조심성이 많아지고 소극적이다. 젊은 시절 혈기 넘치던 적극성은 안개 사라지듯 없어지고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신세가 된다.

이런 노인들에게 20, 30대 젊은이들과 일부 가족들의 이유없는 폭행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윤모씨(72)는 생면부지의 여성 김모씨(30)로부터 단지 쳐다 본다는 이유로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 그것도 행인들이 많은 대로변에서 신발까지 벗어 얼굴을 때리고 말리는 여고생 등 4명에게도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달 말에는 전주시내 대로변에서 손모씨(70)가 아침 운동을 나왔다가 20대의 지모씨(21)와 어깨가 부딪혔다가 지씨로부터 5분가량 폭행을 당했다. 지씨는 폭행을 피해 달아나는 손씨를 뒤따라가 구둣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이달 초에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70대 후반 할머니가 손녀 딸(20)로부터 상습적으로 두들겨 맞다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를 한 사건도 있었다. 이 할머니는 사업에 실패한 자식 부부가 빚에 쫓겨 집을 나가자 수년동안 손녀딸을 키워 왔는데 최근들어 이 손녀 딸의 화풀이 대상이 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도덕이 땅에 떨어져 경로사상이 없어진지는 오래 됐으나 사회가 이렇게까지 흉포화되고 약자인 노인에게 학대와 무차별 폭행이 행해지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지난 15일은 국제연합(UN)과 세계노인 학대방지망(UNPEA)이 노인 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06년에 제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노인 학대가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유엔이 이같은 날을 만들었으나 이날의 의미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이 이달초부터 '노인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총 87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36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36건 가운데 31건이 노인들에게 신체적 학대를 했으며 가해자는 자식 등 가족들이 전체의 61%며 나머지는 행인들이나 이웃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다 노인 학대까지 선두자리에 올라서 있는 현실에 대한 사회적인 근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노인복지문제와 함께 노인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정책을 쏟아야 될 것이다.

자고로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집안이 후손이 번창하고 명문의 가문을 이어 간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 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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